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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3년 전 성폭행당한 아픈 일 있어요” 가수 알리의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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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6일 가수 알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나도 성폭행 피해자”라고 밝히며 울먹이고 있다. [뉴시스]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자작곡 ‘나영이’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던 가수 알리(27·본명 조용진)가 “나도 성폭행 피해자였다”고 고백했다. 알리는 아버지 조명식씨와 함께 16일 서울 홍지동 상명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정중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2008년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모 단체 후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나영이를 위로해 주고 싶었고 성폭행 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어 사건 당시 만들어놓았던 노래를 이번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나영이는 2008년 50대 남성 조두순에게 성폭행당해 신체 일부에 영구 상해를 입은 피해 아동의 가명이다.

 아버지 조씨가 대독한 사과문엔 “저 혼자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비밀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다”며 “노래를 만들게 된 저의 의도와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되고 상업성마저 거론되고 있어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얼굴을 주먹으로 맞아 광대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고, 실신한 상태에서 택시에 태워져 끌려가 당했다. 그 후배는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풀려난 뒤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의 처벌을 받았고, 상해죄는 목격자가 없는 등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죄질에 비해 처벌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그 후배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1심 형량대로 형이 모두 확정됐다. 하지만 범인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해 지금은 민사소송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나온 알리는 모 신문사 대표인 아버지가 사과문을 읽는 내내 흐느꼈다. 그는 “저와 비슷한 시기에 범죄 피해자가 된 나영이의 마음이 저의 마음과 흡사할 것이라 생각해 이번 앨범에 수록했는데, 방법과 표현 등이 미숙해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며 “나영이와 가족분들께 다시금 사죄드리고, 따끔하게 질책해주신 네티즌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말씀도 겸허히 수용하면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알리는 또 “성범죄는 인격 살인”이라며 “앞으로 여성 인권과 특히 성폭력 범죄 추방을 위해 평생 노력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질문 없이 15분 만에 마무리됐다. 알리는 거듭 사과하며 “여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심 때문에 한때 극단적인 생각도 했지만 그런 절 견디게 해준 건 음악이었다. 부디 노래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알리는 지난 13일 발표한 자신의 1집 앨범 ‘SOUL-RI(소리): 영혼이 있는 마을’에 ‘나영이’를 실었다. 앨범이 발표되자 네티즌 사이에선 ‘범죄 피해자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 청춘을 버린 채 몸 팔아 영 팔아 빼앗겨버린 불쌍한 너의 인생아’ 등의 가사가 문제가 됐다. 소속사는 앨범 판매 하루 만인 14일 시중에 풀린 앨범을 전량 거둬들여 폐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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