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시 문제는 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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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의 중요성은 사람에게 있어서나 스포츠에 있어서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람에게 있어 허리가 부실해질 경우 신체 전반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인해 건강을 잃게 된다. 그리고 스포츠에서도 축구에서의 링커, 야구에서의 미들맨, 농구에 있어 가드등의 허리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의 활약여부가 전체 팀 성적이 좌우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특히 현대야구에서의 미들맨은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를 잇는 가교 역할로 선발투수나 마무리투수처럼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그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시즌후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전반기 예상외의 선전은 미들맨들의 기대 이상의 선전에 의한 것이었다.

올시즌 삼성은 시즌 개막하기전 불펜진의 약세로 말미암아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막강한 화력의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점치는데 주저하게 만들었다.

어제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과 롯데의 대구시리즈 1차전은 삼성의 이러한 아킬레스건이 확실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삼성의 선발투수 노장진은 3회초 수비를 마치며 이미 60개가 넘는 공을 투구했고, 투수전의 양상을 띤 이날 경기의 추세를 볼 때 중반전이후의 승부는 삼성의 불펜진이 얼마나 상대팀에게 실점을 최소화 하느냐 달려 있었다.

선발 노장진이 5회를 마치며 물러났고 그를 이어 등판한 투수는 삼성의 미들맨중 가장 확실한 투수 김현욱, 올시즌 삼성 불펜을 혼자서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이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약점이 있다. 그것은 그가 사이드암 투수라는 사실, 위기가 아닌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상대방의 득점찬스시, 좌타자를 상대하기에는 기록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그러한 상황이 7회초 2-1으로 삼성이 리드한 롯데 공격에서 발생했다. 1사후 대타인 좌타자 손인호가 2루타를 쳐 만든 1사 2루상황에서 다음타자는 김응국, 3회초 공격서 선발 노장진으로부터 안타를 뽑아내는 등 타격감각이 좋았고 더군다나 좌타자였기에 타이밍상 투수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삼성의 고민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불펜에 김현욱보다 구위가 뛰어난 선수가 없을 뿐더러 김응국과 맞상대해야할 좌투수는 김태한 단 한명뿐, 그렇지만 김태한도 6월22일 공익근무를 마친후 팀에 복귀해 아직까지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어 코칭스탭으로서는 선뜻 그를 마운드에 내세울 수 없었다. 김현욱으로 그냥 끌고간 결과는 김응국의 좌전 적시타로 동점, 그리고 연달아 터진 포수 진갑용의 실책은 팀을 3-2의 패배로 내몰았다.

롯데의 선발 박지철은 7이닝동안 삼성 타선에 6안타 2실점만을 허용하는 빼어난 피칭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며 올시즌 3승(5패)째를 신고했다. 직구의 스피드 자체는 삼성선발 노장진보다 떨어졌지만 코너웍과 결정구로 던진 체인지업, 커브의 떨어지는 각도가 예리해 득점찬스에서 삼성 타자들은 번번히 빈타로 물러나야 했다.

삼성으로서는 2사 1,3루에서 김한수의 타구가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어가며 앤타이틀 투베이스가 돼 1점만 들어온 것이 두고 두고 아쉬운 대목, 2사에서의 2루타라 펜스를 맞고 튀어나왔다면 1루주자 프랑코까지 충분히 들어올수 있는 큰 타구였었다.

올시즌 삼성으로서는 남은 기간동안 좌완 김태한이 언제쯤 예전의 기량을 되찾느냐와 용병투수 가르시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페넌트레이스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의 성적도 좌우할수 있는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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