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재치있는 플레이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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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14연패라는 치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던 SK 와이번스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베어스는 처음부터 와이번스의 설욕을 용납하지 않으려 했다. 와이번스의 용병 빅터 콜을 상대로 1회말부터 맹공을 터뜨려 3안타 1사사구로 대거 3점을 획득, 15연승을 이루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와이번스는 4회초부터 7회까지 매 이닝 득점을 올리면서 결국 승리를 거둬 연패 사슬을 끊었다. 큰 것을 노리지 않고 짧게 끊어치는 타격으로 호투하던 한태균을 마운드에서 내리게 하였고 이에 구원으로 등판한 구자운을 두들겨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와이번스의 선발투수 콜은 비록 9안타를 허용하였으나 1회를 제외하고는 산발로 처리하여 6이닝 동안 4실점만을 내줘 첫 선발승을 올렸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인해 위기를 자초함으로 해서 벤치에 믿음을 주기에는 멀어 보였다.

150 kh/h 에 가까운 직구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로케이션(location)이 제대로 되어야 하며 또한 확실한 변화구 컨트롤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콜은 대만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고 믿지 않을 만큼 낙제점에 가깝다. 이런 점에서는 7회 초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베어스의 이혜천도 마찬가지다.

선발로 활약하다 참패를 본 김원형의 클로져(closer)로의 변신은 일단 성공작으로 보인다. 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되었다.

직구 스피드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으나 콜이나 이혜천과는 달리 변화구 구사력과 제구력이 제대로 갖춰져 베어스의 강타선을 꽁꽁 묶었다.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에도 구원투수로 맹활약을 하기도 했던 김원형이기에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제 와이번스는 후반에 역전패 당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SK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재치있는 주루플레이였다. 5회 2사1,3루에서 시도한 더블스틸이 그것 중 하나였다. 1루주자 윤재국은 협살에 걸릴 것을 각오하고 2루를 향해 뛰었는데 베어스 포수 홍성흔이 2루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을 파악한 3루주자 채종범의 과감한 도루로 득점을 올렸다. 결과론이지만 브리또가 범타로 물러났기에 이런 재치있는 플레이가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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