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기꾼의 황금찾기 모험〈엘도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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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두각을 보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끊임없이 재미를 보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20세기폭스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리 힘을 얻지 못했고, 큰 야망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했던 드림웍스 SKG도 마찬가지다.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지펜,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의 대부 제프리 카젠버그가 94년 드림웍스를 공동 창업할때만해도 많은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98년 내놓은 〈개미〉와 〈이집트 왕자〉는 어린이가 아닌 성인 타겟의 애니메이션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번번히 디즈니에 밀리고 말았다.

2000년 이들은 다시 〈엘도라도〉(THE ROAD TO EL DORADO)
와 〈치킨 런〉(드림웍스 배급망)
을 내놓고 있는데, 드디어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에 식상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사기꾼 둘이 황금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16세기 스페인의 어느 항구도시. 대 낮 도시 한복판에서 사기 주사위로 도박판을 벌이던 툴리오(케빈 클라인)
와 미구엘(케네스 브레너)
은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로 안내하는 낡은 지도 한장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미 사기죄로 지명수배 중이던 이들은 순시병의 눈에 띄어 달아나다 출항준비 중이던 스페인 군함 안으로 뛰어들고 만다.

밀항자로 배안 감옥에 갇히게 된 툴리오와 미구엘. 그들은 말 알티모의 도움(?)
으로 보트를 훔쳐 달아나고, 우연히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에 도착하게 된다.

티격태격하는 친구나 악당, 동료 등 두명의 관계를 그리거나 그들의 여정을 담은 영화는 많다. 이런 형식은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에서 부릴 수 있는 장점을 모두 가져왔다.

동물에 인간의 생각과 표정을 그려넣은 점이나 인물의 개성 짙은 표정이 그것이다. 그리고 '전설의 황금도시'라는 설정도 애니메이션에서는 꽤 매력있는 요소다.

음악과 연기력도 한 몫한다. 현실주의자 툴리오와 몽상가 미구엘의 정신없이 오가는 대화와 유머를 잘 소화해낸 케빈 클라인과 케네스 브레너(그들은 실제로 대본과 다른 대사와 애드립을 했다고 한다)
. 그리고 음악과 노래를 맡은 한스 짐머와 엘튼 존.

이미 한스 짐머, 엘튼 존이라고 하면 〈라이온 킹〉을 연상해 그들의 음악풍을 금방 알아차리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심심하게 지나가는 부분을 음악이 훌륭하게 채워준다.

다음 상황을 미리 예측하지 마라
엘도라도에 도착한 툴리오와 미구엘, 그리고 알티모. 그들은 신으로 추앙받게되고 엘도라도의 섹시하고 용감한 여성 '첼'의 도움으로 마음껏 사기를 치며 황금을 모은다.

미구엘은 백성을 보호하려는 선한 왕과 권력을 잡으려는 악한 제사장 사이에 끼어들어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툴리오는 첼과 사랑에 빠진다.

결국 미구엘은 엘도라도에 머물기를 원하고, 툴리오는 첼과 함께 황금을 싣고 떠나기를 원한다. 항상 같이 다니던 그들에게 다가오는 이별. 그리고 엘도라도를 넘보는 제사장과 무적 스페인 군함의 침략...

〈엘도라도〉에서 줄거리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다. 다만 예측할 수 없는 다음 상황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이 작품은 상당히 유쾌하다. '애니메이션은 원래 이래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튀는 유머만큼 볼거리도 많다

〈엘도라도〉의 인물 캐릭터를 보면 알겠지만 드림웍스 작품에 익숙한 바로 그 캐릭터다. 그러나 익살스러운 주인공에 어울리지 않게 배경은 그야말로 장엄하다.

특히 모험이야기에 바다와 물이 빠질 수가 없는데, 스페인 군함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탈출할 때와 엘도라도에서의 폭포와 소용돌이의 표현은 그들이 '물의 표현'에 자신감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있다.

〈인어공주〉 〈알라딘〉 〈이집트 왕자〉등의 작품 경험이 있는 돈 폴과 〈피노키오의 모험〉〈구피 무비〉등을 감독한 에릭 버게론이 공동 연출한 작품답게 모든 요소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500년 전설의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거의 완벽하게 디지털로 복원한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
유쾌하게 한바탕 웃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라. 절대 후회 안한다. 8월 12일 개봉.
홈페이지: www.roadtoeldorad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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