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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회장, 집·주식 등 재산 없어 큰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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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빈소가 1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됐다. 부인 장옥자씨가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왼쪽은 아들 성빈씨. [김도훈 기자]

13일 오후 5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주치의(장준·정경영)가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10여 명의 가족이 박 회장 곁에 모였다. 20여 분쯤 지났을까. 박 회장은 잠자는 듯 조용한 모습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박 회장은 병원에 입원하기 앞서 가족들에게 사실상의 유언을 남겼다. 창업자로서 포스코의 미래를 기원하는 한편으로 자신을 포함한 창업 세대가 회사를 위해 개인의 영화를 모두 접었던 것에 대한 소회가 담겨 있다.

 “포스코가 국가산업의 동력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더 크게 성장해서 세계 최고의 포스코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포스코 창업 1세대 중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앞으로 포스코 임직원들은 애국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기 바란다.” 부인 장옥자(81)씨한테는 “고생시켜 미안하다. 화목하게 잘 살아달라”고도 했다. 박 회장은 병원비를 조달하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자녀들의 도움으로 병원비를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 대변인인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은 “본인 명의로 집도 없고 주식도 없다. 재산이 없어 큰딸 집에 얹혀살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장례 절차와 방식은 전혀 결정되지 못했다. 유족들과 이구택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관계자들은 일단 장례식장 특1호실로 모였다. 가족 주변엔 노신사 20여 명도 있었다. 박 회장과 함께 포스코를 일궜던 왕년의 멤버들이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총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이 보낸 화환이 속속 도착했다.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은 박 회장의 맏사위 윤영각 삼정KPMG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유족 대변인 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은 “고인이 전 총리인 만큼 규정상 ‘사회장’이 가능하지만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을 생각하면 ‘국가장’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각계에선 추모의 글과 조문이 답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화에 공이 큰 분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애도했다. 박 회장이 총리 시절 경제부총리로 일했던 진념 전 부총리는 장례식장을 방문, “청암(靑巖·박 명예회장의 호) 선생은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의 주역이며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산업을 세워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철강회사를 이룩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 관계자는 “박 회장은 1등급 국민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 묘역에 안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 장옥자씨와 1남(성빈) 4녀(진아·유아·근아·경아), 맏사위(윤영각 삼정KPMG 회장)와 막내사위(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가 있다.

글= 한은화·김민상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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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포스코 명예회장*사망
[前]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사망

192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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