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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00번째 ‘수요집회’ 일본은 답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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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폐지 모아 1억 넘게 기부한 황금자 할머니 13세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황금자(87)씨. 황씨는 빈 병과 폐지를 주워 모은 전 재산 3000여만원을 장학회에 기부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황씨는 2006년부터 총 1억3000만원을 기부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요지 할머니가 13일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87세. 김 할머니는 17세 때 중국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1946년 귀국한 그는 고향 전주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 2009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에서 여생을 보냈다. 지난 4일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최고령( 94세)인 박서운 할머니가 중국에서 숨을 거뒀다.

 이로써 현재 정부에 등록한 234명의 위안부 중 생존자는 63명으로 줄었다. 올해만 16명의 위안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생존한 할머니들의 평균 나이는 86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 둘씩 눈을 감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14일로 1000회를 맞는다.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는 19년11개월 만에 1000회를 기록하게 됐다.

 수요집회는 91년 8월 14일 김학순(97년 별세) 할머니의 서울 정동 기자회견이 계기가 됐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였음을 공식 증언한 첫 피해자다. 이후 여성·인권단체 중심으로 꾸려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첫 수요집회를 개최했다. 수요집회는 95년 8월 고베 대지진과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추모집회로 대신한 것을 제외하곤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2002년 3월 13일 500회 집회부터 ‘단일 주제의 최장기집회’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강일출(84)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사과는커녕 독도 문제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죽기 전에 일본에 사죄를 듣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1000회 수요집회에선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의 모습을 본뜬 ‘평화의 비’가 제막될 예정이다. 북한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조선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피해자문제대책위원회 민족화해협의회’도 13일 정대협에 서신을 보냈다. 이들은 서신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회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협의회와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모든 관계자에게 굳은 연대성을 보낸다”고 밝혔다.

 이제 수요집회는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이 됐다. 14일 도쿄·뉴욕·타이베이 등 세계 전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5)·이용선(83) 할머니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홀로코스트 피해자 가족과 만나 1000회 집회를 기릴 계획이다. 앞서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참상을 증언했다. 위안부 쉼터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평화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총선이 있는 내년에 정치인들에게 협조를 구해 한국 정부의 활동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며 “국제연대도 지속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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