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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대부’ 존 폴슨 -46%…재간접 펀드도 마이너스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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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존 폴슨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투자자에게 ‘절대 수익’을 주는 게 헤지펀드의 목표다. 하지만 그 목표가 항상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가 그렇다. 최근 헤지펀드 조사기관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들은 평균 4.37%의 손실(8일 기준)을 기록했다. 원금의 19%를 까먹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시장을 덮쳤던 2008년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HFR이 수익률 집계를 시작한 1990년 이후 2008년에 이어 둘째로 저조한 성과다.

 헤지펀드는 최근 7개월 가운데 6개월은 내리 손실만 입었다. 10월 주가가 반등하면서 4.89%의 수익을 거둔 것이 그나마 가장 낫다. 특히 선진국에 투자한 펀드가 부진했다. 미국과 유럽·영국 등 선진국 주식을 대상으로 롱쇼트(주식매수와 공매도를 반복하는 전략)를 구사한 헤지펀드는 올 들어 7.1%의 손실을 기록했다.

 유명 펀드 매니저도 맥을 못 췄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존 폴슨이 이끄는 폴슨앤코의 대표 펀드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46%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또 다른 헤지펀드 업체인 머천트도 원자재에 투자했다가 원금의 3분의 1을 날렸다. 유명 펀드매니저인 필립 자브르가 이끄는 글로벌밸런스드펀드도 같은 기간 22.4%의 손실을 입었다.

 헤지펀드의 올해 최대 난제는 유로존 위기였다. 제프 홀랜드 라이언게이트캐피털 이사는 “시장이 정치적 결정에 지배됐다”며 “올해는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가 (헤지펀드) 시장을 이끌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밝혔다.

 ‘난세’에는 영웅이 나오는 법이다. 유럽 최대의 거시경제(매크로) 전략을 활용하는 브레번 하워드는 240억 달러 규모의 주력 펀드에서 올해 13% 수익을 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8월 미국 국채수익률 하락에 배팅한 것이 들어맞은 덕이다.

 전 세계 헤지펀드 대부분이 시원치 않은 성과를 보인 탓에 국내 증권사 PB채널을 통해 사모 형태로 팔린 재간접 헤지펀드 역시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재간접 헤지펀드는 여러 개의 헤지펀드를 하나로 묶은 펀드다. 삼성증권이 영국의 대안투자회사인 맨인베스트먼트와 제휴해 출시한 ‘한국투자사모북극성알파증권투자신탁’은 총 12개의 시리즈 가운데 6월에 설정한 9호를 빼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8월부터 출시한 재간접 헤지펀드도 38개 모두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장은 “헤지펀드와 비슷한 절대수익추구형 펀드에 대해 고객들은 ‘절대로 수익을 주지 않는 펀드’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박경희 삼성증권 상무는 “재간접 헤지펀드 성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해 한국형 헤지펀드가 나온다고 해도 거액 자산가에게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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