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꿍런(工人)과 진판완(金飯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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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미혼 여자들을 통해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을 묻는 조사가 있다. 그 결과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요즈음 한국이나 일본에서 배우자 직업으로 공무원의 인기가 다시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대졸자의 인기취업 1위가 글로벌 대기업 또는 종합상사였는데 최근 2년 연속 공무원이 1위라고 한다. 요즘처럼 글로벌 경제가 불안하여 대기업이라도 감원 등 직장이 불안한데 공무원의 경우 급료는 꾸준히 오르고 복리 후생도 늘어나고 있으며 정년도 보장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중국에도 이러한 앙케이트조사가 있다면 단연 공무원의 인기 톱이 될지 모른다. 중국은 공무원을 레드 칼라(紅領)라고 부르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어 관련 시험의 합격률이 수백대 일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무직을 화이트 칼라 생산직을 블루 칼라라고 부르는데 레드 칼라는 화이트 칼라를 능가한다는 의미로 또는 축하(紅)받을 직업군이기에 그렇게 부르는지 모른다. 또한 중국에서 이제 공무원을 철밥통(鐵飯碗)이라고 부르지 않고 금밥통인 찐판완(金飯碗)으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의미와 통한다.

중국의 공무원 사회에서 독직으로 많은 사람이 조기 사퇴하고 형사 입건되는 위험한(?) 직장이지만 고도성장으로 중국의 대외적 지위가 높아진 지금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이 강한 젊은이들을 부르는 것 같다. 개혁 개방 초기에는 유능한 젊은이들이 외자기업에 몰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자기업의 사정도 나아지지 않은데다가 철수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공무원에 대한 인기를 올려 주고 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의 세계박람회를 거치면서 대도시의 인프라가 정비되어 젊은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근무를 희망하게 된 것도 한 요인이다.

중국에서 과거 1950년대에는 결혼상대 1호는 블루칼라 즉 꿍런(工人)이었다. 무엇 보다도 계급혁명의 주인공이 꿍런이었고 순혈의 꿍런출신이 출세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꿍런이 단순한 공장노동자로 보고 기피업종(3D)의 하나로 생각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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