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구력에서 차이난 승부

중앙일보

입력

그동안 드림리그 2위팀 두산 베어스는 이상하게 대구구장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구구장 7연패는 과거지사(過去之事)로 치부할 수 있지만 연패를 끊지 못하면 징크스 보다 더 무서운 자신감 상실이 따르기 때문에 이번 대구 3연전에서 연패사슬을 끊어야 할 절박함이 있었다.

베어스 타자들은 3회까지 선발타자 전원안타에 올 시즌 팀 최다득점(18)과 최다안타(21)를 기록하는 맹타와 이광우의 노련한 피칭이 바탕이 되어 대구구장 연패에서 벗어났다.

투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력이다. 아무리 빠른 공을 가진 투수라도 스트라익 존에 공을 뿌려댈 수 없다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인 법이다.

이와 반대로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0 km/h 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도 오래 동안 활약하고 있는 투수는 절묘한 제구력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이용훈은 140km/h 대의 빠른 직구를 가지고 있었으나 컨트롤이 제대로 먹히지 않아 결국 패전투수가 되었다.
1회말 타자들이 3점을 뽑아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어 편한하게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신인 이용훈에게는 그러질 못했다. 갑자기 찾아온 제구력 난조로 2회에만 5안타 2사사구를 허용해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포수 진갑용이 신인투수에게 너무 무리한 로케이션(location)을 요구한 면도 있지만 이용훈 스스로가 구위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다.

반면 1회 2실점을 하여 조기에 강판 당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광우는 6이닝 동안 무려 10안타 6실점(6자책)을 허용했지만 2회 이후로 사사구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는 제구력과 함께 완급을 조절하는 관리 능력으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베어스는 대구구장 연패 사슬을 끊은 소득도 있었지만 그 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강혁이 이틀 연속 홈런을 치는 등 맹타를 휘둘러 타격감을 회복했다는 데 큰 수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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