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안되는 비과세신탁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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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비과세 금융상품의 판매를 허용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투신권에 비과세 상품의 판매를 허용해 28개 투신(운용)사에서 곧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상품은 비과세를 위한 조세감면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실상 과세상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의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만큼 여야 대치로 국회공전이 길어지면 세금을 물리는 기간도 자연 길어져 투신사와 고객간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일부 투신(운용)사는 고객분쟁 등을 우려해 당국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이날 상품판매에 나서지 않았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법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과세' 라며 상품을 팔았다간 고객항의 등 뒷감당이 어렵다" 며 "법규 준수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법이 개정도 되기 전에 집행부터 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 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당초 이달초 판매키로 했던 비과세 상품에 3조원 가까운 예약이 몰리는 등 고객 요구가 많아 관련 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우선 상품판매를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대신 '국회 통과가 안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는 내용을 투신(운용)사들이 사전에 꼭 알려주고 상품을 팔도록 했다.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의 박광철 과장은 "정부가 이달초 상품판매를 약속한 만큼 마냥 국회 일정만 기다릴 수 없어 일단 상품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며 "지금 가입해도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부터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예컨대 7월 27일 비과세 상품에 가입했지만 관련 법이 10월 27일 국회를 통과한다면 10월 28일부터 비과세 혜택이 적용돼 그전 석달간 펀드의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과세 투신상품은 지난달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투신권으로 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이자소득세는 물론 농특세까지 면제되는 완전 비과세로 고안돼 판매 전부터 고객들의 예약이 몰렸다.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되며 1인 1통장에 한해 2천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계약기간은 1년 이상 3년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중도 환매도 가능하지만 1년 안에 환매하면 세금혜택을 받을 수 없다.

주로 국공채나 채권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국공채형과 일반형, 주식에 30% 이하로 투자할 수 있는 혼합형 등 세가지가 있다.

채권투자는 투자적격.부적격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아 상품을 운용하는 위탁회사가 투기등급 채권을 섞어 넣어 운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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