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 리그] ‘강희대제’ 매직 … 전북 K-리그 2년 만에 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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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왼쪽에서 둘째) 루이스(첫째) 에닝요(셋째) 등 전북 선수들이 4일 울산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2-1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대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전북의 우승은 2009년 이후 2년 만이다. [전주=김민규 기자]

최광보 주심이 길게 호각을 불었다. 김상식(35·전북)은 두 팔을 들어올리며 하늘을 봤다. 눈물이 흘렀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K-리그 우승 트로피가 그의 품에 안겼다.

 전북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2-1로 이겼다. 후반 11분 울산의 설기현(32)에게 선제골을 빼앗겼으나 14분 에닝요(30)가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23분 루이스(30)가 역전골을 넣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1차전에서 2-1로 이긴 전북은 합계 4-2로 울산을 따돌리고 2009년에 이어 2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김상식

 전북은 우승상금 3억원을 받았고 준우승한 울산은 1억5000만원을 받았다. 3만3554명이 관중석을 메움으로써 올해 K-리그는 출범 29년 만에 처음으로 한 시즌 300만(총 303만586명) 관중을 돌파했다.

 김상식은 숨은 영웅이었다. 김상식이 정훈(26)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든든히 뒷받침했기에 전북 특유의 공격 축구가 힘을 발휘했다. 전북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25차례의 패스를 성공하며 경기를 조율했다. 이동국(32)·에닝요·루이스 등 공격수들은 김상식을 믿고 마음껏 울산의 문전을 누볐다.

 김상식은 서른다섯 살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러나 9.258㎞를 달리는 엄청난 운동량을 기록했다. 그가 달린 거리는 팀에서 넷째로 길었다. 설기현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팀이 흔들리는 순간 그의 진가가 빛났다. 김상식은 후배들을 격려했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다그쳤다.

 전북의 최강희(52) 감독은 “김상식은 우승의 숨은 공로자다. 이동국이 겉으로 드러나는 영웅이라면 김상식은 팀에 소금과 같은 존재다”며 “김상식을 영입한 것을 복으로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마흔 살까지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상식은 “전북에서 두 번째 우승인데 첫 번째보다 더 특별한 기분이다. 내년에는 올해 실패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동반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상식은 전북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보내고 있다. 2008년 말 정들었던 성남을 떠나 전북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상식은 1999년 프로에서 데뷔한 뒤 줄곧 성남에서만 뛰며 세 차례(2001, 2002, 2006년)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하는 성남은 노장 김상식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김상식은 이를 악물고 건재를 증명했다. 공교롭게도 전북은 2009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성남을 만났다. 김상식은 당시 성남의 주공격수로 활약한 몰리나(현 서울)를 꽁꽁 묶었다. 전북은 1차전 무승부(0-0)에 이어 2차전에서 3-1로 이겨 우승했다.

 김상식은 우승 복을 타고난 선수라는 말을 듣는다. 올 시즌을 포함하면 도합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우승 기록이다. 통산 최다우승 기록은 은퇴한 박남열(7회)이다. 그는 성남에서 여섯 번, 수원에서 한 번 우승했다.

전주=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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