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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펀드회사, “수익률 만회할 호기, 주식 더 사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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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펀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외펀드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펀드에 넣은 돈은 15조원 가까이 된다.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자금(32조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그런데 최근 3~4년간 중국펀드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2007년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몰아닥치자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이후 어렵사리 회복하는 듯하다가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주가 하락과 함께 수익률이 또다시 내려앉았다.

중국펀드에는 홍콩H주펀드와 본토펀드가 있다. 홍콩H주펀드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투자하고, 본토펀드는 중국 상하이 증시나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한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fn)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일까지 홍콩H주펀드와 본토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24.6%, -16.3%로 좋지 못하다.

하지만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찾아들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린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일 대형 은행은 21%, 중소형 은행은 17.5%로 지준율이 내린다. 시장에서는 이를 긴축 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지급준비율은 시중은행들이 예금액에 비례해 중앙은행에 적립하는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생긴다. 은행이 대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상하이 증시는 2.3%, 홍콩 증시(H주지수)는 8.1% 올랐다. 과연 긴축 완화 기조가 지속되고, 중국펀드는 수익률을 회복해 화려한 백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신한BNP파리바·미래에셋·삼성 세 자산운용회사의 중국펀드 책임자한테 중국 경제, 증시 방향과 펀드 운용 계획을 물었다. 신한BNP파리바와 미래에셋은 홍콩H주펀드의 강자이며, 삼성은 본토펀드에서 선두권이다. 또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펀드 애널리스트들에게서 들어봤다.

-중국이 지준율을 인하했다. 긴축 완화 신호인가.
리총(LI Cong)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최고투자책임자(CIO)=그렇다고 본다. 2008년 12월 이후 3년 만의 지준율 인하다. 후속 대출 규제 완화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돈이 돌게 하는 효과를 낸다. 긴축 완화 정책은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 통해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감소 여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유재성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긴축 완화 정책이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은행들은 예금 등 수신자금이 부족하고, 자산 건전성도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지준율이 내려도 당장 은행의 대출이 확 늘거나, 유동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조치로 경기 지표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국 정부는 지준율을 더 내릴지도 모른다. 긴축 완화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패트릭 호(Patrick Ho) BNP파리바 아시아주식 총괄헤드=중국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물가 상승이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따라서 물가를 잡으면서도 안정 성장을 유지하는 ‘연착륙’을 위해 ‘미세조정(Fine Tuning)’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됐다. 미세조정 정책 중 하나인 지준율 인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단행됐다. 다만 아직은 미세조정 단계이지 본격적인 긴축 완화의 시작이라고 보긴 어렵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한가. 인플레가 수그러들지 않고 성장률이 급락하는 ‘경착륙’ 우려도 있다

유재성=경착륙 확률은 20% 이하다. 올해 이미 중국 내 소비자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 식료품 값이 안정 추세라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4%대 또는 그 이하일 전망이다. 경제 성장도 유럽 위기로 수출이 다소 위축될지 모르지만 큰 타격은 없다. 중국의 수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한국(46%)보다 훨씬 작다. 수출이 둔화돼도 내수 소비 진작으로 상당 부분 상쇄할 여지가 있다.
패트릭 호=경착륙 우려는 중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오랜 편견이다. 물론 중국 경제 성장률은 내년 1분기에 5.8%까지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저점이다.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정부의 성장책이 발표되면 2분기에 반등해 9%대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총=연착륙이 가능하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6% 이하면 경착륙, 7% 이상이면 연착륙으로 평가해야 한다. 올해는 9%였고, 내년에는 8%대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중국펀드가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을까.

패트릭 호=수익률 회복의 호기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 모두 과거보다 주가가 낮다. 종합주가지수로 볼 때는 내년도에 지금보다 20~30% 오를 수 있다고 본다. 홍콩H주의 경우 1일 현재 1만288.99인 주가지수가 내년에는 1만300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업종별로 공공주택·금융서비스·환경·경기소비재 등에 관심이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과 구조개혁 정책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성=홍콩과 상하이 증시 모두 앞으로 20%가량의 상승 여력이 있다. 상반기에 반등이 이뤄지고 하반기에는 특정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다만 상반기에 주가가 오르려면 긴축 완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수출 등 경기지표가 양호하게 나와야 한다. 필수소비재와 음식료·제약 등 업종이 내년에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리총=홍콩 증시의 경우 지금까지 유럽 위기 때문에 선진국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더욱이 중국 기업들은 선진국 수출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 수출을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위험 요인은 없나.
유재성=수출 감소로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도 리스크다. 지방 정부 부채나 신탁회사 대출이 부실화하면 신용이 위축돼 성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패트릭 호=주된 리스크는 내부보다 외부에 있다. 선진국 성장 둔화 리스크가 바로 그것이다.

-향후 펀드 운용 계획은.

유재성=현재 포트폴리오는 다소 방어적이다. 전체 자금 중 주식 비중이 90% 안팎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비중을 95%까지 키울 예정이다.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정책과 경제 환경이 나올 시점에 소재나 산업재 같은 경기 민감 업종의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
패트릭 호=봉쥬르차이나펀드의 경우 현재 전체 자금 중 90%를 주식에 넣고 10%가 현금이다. 앞으로 주식 비중을 95%까지 높이고 현금 비중을 5% 정도로 낮추겠다.

리총=최근 석 달 동안 수익률이 20% 넘게 하락한 종목은 심층 분석을 통해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 물론 현재 중국의 펀더멘털(경제지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 대응 전략은

국내에는 2007~2008년 중국 투자 바람이 불 때 중국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많다. 주변에서 많이 가입하는 걸 보고 부화뇌동한 경우가 많아 원금을 까먹은 이들도 꽤 된다. 홍콩H주펀드의 설정액(투자원금)은 2006년 말 2조9158억원에서 2007년 말 13조6377억원으로 무려 5배 가까이로 늘었다. 반면 홍콩H주지수는 2007년 11월 최고점 2만 선을 찍은 뒤 미끄러지기 시작해 1년여 뒤인 2007년 10월 반의 반 토막인 4990.08까지 떨어졌다.

김태훈 삼성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내년도 중국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2007년 수준까지는 갈 수 없다. 3, 4년 전 중국 증시에 거품이 많을 때 가입한 투자자들은 내년 초까지 회복이 더디면 미련을 버리고 다른 투자 대상으로 옮겨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중국펀드로 오랫동안 속앓이한 투자자라면 차라리 정리한 뒤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가입한 지 1년 미만의 단기 투자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김 연구원은 “적립식으로 주가가 쌀 때 투자금을 불려야 한다. 내년에 위안화 강세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때 수익률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위안화 흐름과 낮은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단기 투자자들에게는 홍콩H주펀드보다는 본토펀드가 좀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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