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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객정보 보호 '법의 그물' 친다

중앙일보

입력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지 않는 기업은 가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닷컴 기업들에 던진 충고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인터넷 고객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미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FTC는 이달초 온라인 장난감 쇼핑몰인 토이스마트닷컴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내용은 지난달 파산한 이 회사가 고객정보를 제3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

FTC의 이같은 강경 대응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정보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일단 인터넷에 접속한 모든 네티즌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데이터화하기 때문. 다른 하나는 인터넷 마케팅의 특성상 닷컴 기업들간 고객정보 교환이 무분별할 정도로 심해 자칫 범죄집단 등에 고객정보가 넘어가 개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 실태〓FTC가 소송을 제기한 토이스닷컴은 1997년 설립 이후 4천7백만달러를 쓰면서도 매출이 부진, 지난달 파산신청을 냈다.

당시 회사측은 회사매각 대금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저널에 26만여명에 이르는 자사고객 신상정보를 팔겠다는 광고를 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고객정보를 팔지 않겠다는 자사정책을 스스로 위반한 것. 이에 앞서 파산한 영국의 온라인 스포츠웨어 쇼핑몰인 부닷컴은 이미 35만여명에 달하는 고객 쇼핑습관 및 상품 선호도 등 관련 정보를 회사를 매각하면서 같이 팔아넘겼다.

지난달 파산한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크래프트숍도 수십만명에 이르는 고객정보를 팔기 위해 현재 매각대상자를 찾고 있는 실정.

인터넷 광고회사인 더블클릭은 현재 무분별한 고객정보 유용혐의로 집단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 회사가 인터넷에서 고객정보를 모으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로봇 '웹벅' 이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도 현재 집단 소송이 임박한 상태.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에 탑재된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서 개인들의 실행(exe)및 압축(zip)파일을 무차별 내려받고 있어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고객들이 소송을 계획하고 있는 이유다.

FTC 조사에 따르면 1백대 유명 웹사이트의 80%가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마련하고도 이를 실천하지 않고 있다.

◇ 미 정부 대책은〓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미 정부의 확고한 정책이다.

FTC는 최근 미 의회에 닷컴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법안 제정을 적극 검토해 주도록 요청했다.

현재 인터넷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 의회에 계류된 법안은 3백여개. 미 연방 어니스트 홀링스 상원의원은 최근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안' 을 발의했다.

내용은 모든 온라인 사이트가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집에 앞서 반드시 당사자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것. 소비자단체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연말까지 법안제정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존 케리 상원의원 역시 모든 웹사이트가 프라이버시 정책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5월 시애틀에서 열린 각주 법무장관 총회에서는 앞으로 인터넷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 대책 서두르는 기업들〓더블클릭은 지난 17일 고객 프라이버시만을 전담하는 위원회를 사내에 발족시켰다.

위원회에는 전 뉴욕주 법무부장관인 로버트 에이브럼스와 월드와이드웹(WWW) 전문가인 데니얼 와이츠너 등 쟁쟁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것도 모자라 이 회사는 루돌프 길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아예 최고 프라이버시책임자(CPO)로 영입했다.

인터넷 미디어회사인 엑사이트@홈 역시 캘리포니아주 검사 출신인 크리스 캘리를 CPO로 임명, 있을지도 모르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아서 앤더슨의 러스 게이츠 기술컨설팅 국제담당 국장은 지난주 인포메이션 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의 프라이버시가 확보되지 않은 닷컴은 이제 설자리를 잃게 됐으며 이는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항해를 보장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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