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뛰어넘는 유머 〈타로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작가 :아이 모리나가
·장르 : 순정
·발행 : 대원출판사

가난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가? 자신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고 느껴진 때는 없었는지... 그리고 가난을 부끄러워해 본 적은?

여기 가난이 유일한 약점인 젊은 고등학생이 있다. 그는 동생들앞에서 철없는 부모대신 부모 역할을 하느라 등꼴이 빠질 지경이다. 이런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일에만 빠져있는 책임감 없는 부모. 그의 삶을 한번 볼까.

타로, 그의 유일한 결점은 가난!

명문고에 재학중인 타로. 그는 우수한 성적에 잘생겼으며 스포츠도 만능이다. 타로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다만 그의 유일한 결점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타로이야기〉. 이 만화는 그야말로 타로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라...

너무나도 가난한 타로의 집. 방랑벽 때문에 집에 붙어있질 못하는 화가 아버지, 그리고 답답할 정도로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없는 어머니. 이 뿐만이 아니다 그에게는 9명의 동생들도 있다(9권에서 그의 어머니는 3쌍둥이를 낳았다. 와~~)
. 동생들은 시종일관 그에게 의존하고 그런 그는 또 이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어쨌든 그는 소년 가장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해서 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간다. 그런 그는 비정상적이라고 할만큼 '먹는 것'에 집착을 보인다.

'타로이야기'는 엽기물?

학교에서는 타로가 가난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부잣집 도련님쯤 되는 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타로가 가난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무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숨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타로가 그런 곤경(?)
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지 그의 비밀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그를 보호한다.

이 만화의 장르는 무엇일까. 굳이 따진다면 '코믹순정'물이다. 누구는 살짝비껴간 엽기물이라고도 한다. 너무나도 가난한 타로가 음식에 보이는 괴이한 집착은 정상적인 것이 아님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자가 된 타로를 보여주는 작가의 농간

'이제 그만 타로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란 독자가 많음을 눈치 챘는지 작가는 한번 농간을 부린다. "그래, 타로의 유일한 결점인 가난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궁금하다 이거지?"

얄궂게도 작가는 500억원을 상속받게 해서 타로네를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타로는 부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은 그를 더욱더 위태롭게 한다.

급기야 작가는 망한 시우형제를 집에 불러들이더니 그들이 잡아먹은 금융가문의 거북이 위자료(이러니 코믹이지..)
를 대신 내어주고는 다시 가난한 생활로 돌아온다.

역시 타로는 가난과는 떨어질 수 없는 인물인가 보다.

뭔가 씁쓸한 웃음 그게 다가 아니다

이 만화는 분명 웃기다. 그러나 웃기기는 하지만 타로가 보여주는 웃음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타로의 생활이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이 될 수는 없지만 그의 행동은 너무나도 감동적이다.

그는 가난에 대해 부모에게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는다. 남을 탓하지도 않고 모든 상황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확실히 이 만화는 일반적인 고등학생 이야기와는 상당히 다르다. 역시 만화다운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첫머리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 타로의 유일한 결점은 '가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가난으로 인해 타로는 가장 완벽한(만화에서조차)
사람이 되어버린다.

모든 코믹한 상황은 그의 곤경으로부터 시작되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도 일반적이지 않아 너무나 가혹해 보인다. 그의 이런 생활은 그의 부자 친구 전승규의 생활과 눈을 통해 더욱 비참하게 보여진다.

그렇다고 이 만화가 타로의 가난만 이야기하는 깝깝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엄청난 부자와 결혼해서 팔자고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친구 현수아, 아버지와 어머니의 과거, 그리고 그를 돕는 주변의 친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시종일관 타로를 곤경에 빠뜨리며 또 그런 상황이 독자에게는 폭소와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타로의 미소다. 엽기적인 주인공의 행동에 동정적인 웃음을 갖다대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 같은 만화도 좀처럼 만나기 힘들 것이다.

이연수 기자 <fanta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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