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 지금 맞아야 한겨울 안심…어르신들에겐 면역 강화 백신 더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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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은 노인이 면역증강제가 함유된 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당뇨병을 15년째 앓고 있는 김순옥(63·여·서울 강북구)씨. 일주일 전부터 기침이 나오고 열이 오르는 몸살 증상을 보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고 점점 악화됐다.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늦겨울·봄에 독감 유행 예고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계절이 바뀌면서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까지 65세 이상 노인·의료수급권자 등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무상으로 계절 독감백신을 접종했다. 현재는 병·의원에서만 독감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독감은 통상 12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유행하는데 올해는 늦겨울이나 봄에 유행이 집중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노인이 독감에 걸리면 폐렴·뇌염과 같은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특히 당뇨병·폐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기존에 앓고 있던 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독감의 일종인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 신종인플루엔자로 사망한 사람의 74.1%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57.6%로 가장 많았다. 20~49세 사망자는 18%.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약해진다. 몸을 지키는 면역체계도 마찬가지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몸을 지키는 항체는 예전보다 덜 생산되고 기능도 떨어진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만성폐질환에 걸린 사람을 살펴보자. 폐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독감에 노출되면 호흡곤란과 호흡부전이 심해진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기관지를 자극해 천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는 혈액 내에 당성분 수치가 높아져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백혈구의 능력이 떨어져 있다. 결국 독감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이 오랫동안 낫지 않는다. 폐렴 같은 합병증은 당뇨병 환자가 건강한 사람보다 6배 더 많이 걸린다.

2008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8명은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그만큼 독감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인플루엔자

노인·만성질환자 항체 형성 속도 떨어져

독감 예방을 위해선 백신을 접종 받아야 한다. 문제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백신 접종효과가 건강한 성인과 비교해 떨어진다. 일반 독감 백신이 건강한 성인에게서 70~90% 효과를 보이는데 반해, 65세 이상은 17~53% 수준이다. 일반 독감 백신은 나이에 따라 예방접종 효과에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트플루’·‘플루아드’(노바티스)와 같이 백신에 면역 증강제를 넣어 예방효과를 높인 노인용 독감백신도 접종되고 있다. 면역증강물질(MF59)로 항체 생성을 활성화해 면역반응을 일반 백신보다 18~43% 높였다.

순천향대의대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항원에 반응하는 속도나 항체를 만드는 속도도 떨어진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이 그렇다. 따라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항체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면역증강제가 함유된 독감백신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역증강제 함유 독감 백신은 만성질환이 있는 성인에게 효과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면역증강제 함유 독감백신 접종군은 일반 독감백신 접종군에 비해 접종 4주 후 1~30%까지 더 높은 면역반응과 항체수치를 생성한다.

한편 백신 접종 당일 38도 이상 고열이 있으면 열이 내릴 때까지 접종을 미뤄야 한다. 또 계란 알레르기나 이전에 백신접종 시 심한 피부발진, 호흡곤란 등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접종을 피해야 한다. 백신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접종 장소에 머물며, 부작용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권선미 기자

독감 백신 우선 접종 권장 대상

● 65세 이상 노인
● 만성질환자 (당뇨병, 만성신부전, 암환자, 만성간질환자)
● 50~64세 인구, 생후 6~23개월 인구
● 의료인·환자 가족
● 임신부
● 만성심폐질환자
● 집단시설 수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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