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허용한 구당의 뜸 … “사회통념상 정당한 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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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灸堂) 김남수(96)옹이 구사(灸士·뜸시술사)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한 것은 사회통념상 허용할 수 있는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구당이 “나는 무죄인데 서울북부지검이 2008년 7월 자격 없이 뜸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한 뒤 기소유예 처분을 내림으로써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며 낸 기소유예 처분 취소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로 구당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7일 밝혔다.

 이강국 헌재 소장 등 재판관 7명은 “구당의 뜸 시술은 의료법 27조 1항이 금지하고 있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당한 행위로 위법성이 없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검찰이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유죄로 인정한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당행위로 판단한 근거는 ▶뜸 시술은 가벼운 화상 외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구당처럼 침을 놓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침사(鍼士)는 뜸 뜨는 법도 당연히 알고 있어 뜸 시술 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이다.

 이 소장 등은 또 “침사의 뜸 시술행위에 대해 한 번도 처벌한 예가 없다”며 “적어도 침사의 뜸 시술에 대해 사회에서 일종의 관습으로 인정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당은 1943년 침사 자격증을 딴 뒤 수십 년 동안 침과 뜸을 시술해 왔지만 표창을 받은 일이 있을지언정 아무런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동흡 재판관은 “뜸 시술을 잘못하면 피부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화상을 입거나 경혈을 잘못 짚을 경우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1962년까지 침사와 구사를 구분해 자격증을 따로 준 만큼 침사가 뜸도 제대로 뜰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구당은 침사 자격증을 딴 뒤 침구사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약 20년 동안 뜸 시술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구당이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당은 이와 별개로 지난달 서울북부지법에 의료법 27조 1항(무자격자의 의료 행위 금지)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자격 없이 뜸 시술 등을 가르치며 100억원 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과 관련해서다. 선고는 다음달 23일 예정이다. 구당은 그동안 10여 차례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실제 기소돼 판결까지 받는 건 북부지법 건이 처음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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