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OPEC 합의없이 추가증산 시작

중앙일보

입력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달초 공약한 대로 석유를 증산하기 시작했다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한 소식통이 15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이번 주 증산에 착수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증산량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사우디는 이달초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밝힌 바 있다.

아시아의 석유거래업자들도 증산된 사우디산 석유가 시장에 도착할 때인 8월쯤 추가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OPEC 회원국들의 합의를 얻지 못한 채 증산을 시도, 회원국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의장은 앞서 지금은 당장 증산할 시기가 아니라면서 사우디의 증산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도 이란을 방문중인 로드리게스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산유량과 유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OPEC 회원국들이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석유의 수급 사이에 틈새를 조성, 유가 하락을 부추겨 산유국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세력이 있다고 전제하고 증산문제는 경제적이 아닌 정치적인 사항으로 회원국들이 대동단결, 유가와 생산량의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호세인 카젬푸르 아르데빌리 OPEC 담당장관도 회원국들의 증산 자제를 촉구하면서 사우디가 오는 18일로 요청한 OPEC 긴급회담 개최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아르데빌리 장관은 OPEC는 지난달 합의한 하루 70만8천배럴의 증산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 효과가 분석될 때까지 추가 증산을 관망해 보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그동안 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쿠웨이트의 압둘라티프 알 투라쿠웨이트석유(KOC)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요구가 있을 경우 즉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해 사우디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두바이<아랍에미리트연합>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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