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아성에 도전하는 `씽크프리'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는 빌 게이츠 회장이 전세계 기자들을 불러놓고 `닷넷''(.NET)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발표를 하고 있었다. `닷넷'' 프로젝트는 차세대 소프트웨어개발 계획으로 지금까지 PC용에 머물렀던 소프트웨어를 개인휴대용단말기(PDA), 스마트폰 등 모든 인터넷 활용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닷넷은 운영체제(OS)가 도스에서 윈도로 옮겨가면서 가져왔던 변화 이상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세계가 MS의 발표에 주목하며 닷넷의 정체를 몰라 어리둥절하는 순간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조그만 한국계 벤처기업인 `싱크프리''(http://www.thinkfree.com)의 경영진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씽크프리는 인터넷 기반의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프리젠테에션 그래픽등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 이미 올초부터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프리 오피스''(free office)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

이 회사의 오피스는 우선 공짜고 윈도, 리눅스, 유닉스, 매킨토시 등 어느 운영체제(OS)에서도 쓸 수 있는 전천후용이어서 미국 사용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 MS가 마치 자신들이 처음으로 인터넷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는 것처럼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해 발표하는 모습이 이 회사 입장에서는 기가찰 수밖에 없었다는 것.

실제로 미국 컴퓨터나 경제 관련 언론매체들은 씽크프리를 MS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기업으로 지목하고 있다. 포천지는 씽크프리에 대해 "선마이크로나 MS가 하려는 인터넷 기반의 오피스를 이미 무료로 제공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인터넷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 기술을 창조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또 씽크프리 제품에 대해 "자바프로그램으로 짜여졌으며 용량이 8MB밖에 안되는 우수하게 설계된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씽크프리는 이미 2년여전부터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기반으로 갈 것으로 예측, 자바를 이용한 프로그램 개발을 착실하게 해왔다. 따라서 단순히 시간으로만 따져도 MS의 닷넷은 2년이나 뒤진 셈이다. 씽크프리는 단지 시간문제만이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는 MS와는 승부가 끝났다고 자신만만하다.

소프트웨어가 PDA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인터넷 기기에서도 쓰이려면 어떤 OS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야 하고 인터넷에서 수시로 내려받고 업그레이드 하려면 용량이 작아야 하는데 MS 오피스는 수백MB로 너무 무겁다는 것.

선마이크로나 코렐사가 인터넷 오피스를 만들려다 포기한 것도 용량을 줄일 수없었기 때문이다. 씽크프리 오피스는 군더더기를 없애고 꼭 필요한 기능만 추려내 압축한 기술이 핵심으로 그러면서도 성능이 MS 오피스에 뒤지지 않는다는데 강점이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중순부터 프리오피스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보게함으로써 광고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또 한국지사(http://www.thinkfree.co.kr)에서는 오는 8월중순 시범서비스를 거쳐 9월중순부터 정식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 회사 제품이 좀더 대중화되면 일부 기능을 추가해 돈을 받을 계획이고 기업에 단체계약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는 등 4단계별 수익방안을 계획해놓고 있다. MS는 라이선스 계약 등으로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거미줄 처 장악하고 있지만 씽크프리는 인터넷 기반의 `프리 오피스''라는 틈새 전략으로 이를 헤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겉으로는 미국기업이지만 속은 한국기업이다. 이경훈(43) 사장이 한국인이고 이 회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은 한국의 지사(www.thinkfree.co.kr)에서 개발한다. 한국지사는 미국 본사의 연구소이자 아시아 지역 판매를 담당한다.

본사가 설립된 것은 지난해 6월이지만 한국지사는 이보다 앞서 지난 98년 3월에 만들어졌다. 본사의 직원이 30명인데 비해 지사의 직원은 90명이고 이중 71명이 개발자이다. 본말이 전도된 이상한 구조이나 이 회사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제품개발 총책임자인 한국지사의 강태진(41) 사장은 지난 83년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한글프로세서3''의 개발자로 유명하다. 이어 `한글2000'', `사임당'' 등 제품을 만들었던 장본인이고 이어 한글과컴퓨터에 합류해 오피스웨어 부분 총괄이사를 지냈다.

이 경훈 사장은 하버드대에서 MBA를 받았으며, 18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유수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해온 베테랑으로 미국 본사가 만들어지면서 합류했다. "어차피 MS와 싸우려면 똑같은 방법으로는 안됩니다. MS가 다양한 기능의 큰 제품으로 나가니까 우리는 작게 만든 것이고 MS가 돈을 받고 파니까 우리는 무료 전략을 펴는 겁니다."

이 사장은 씽크프리의 전략을 베트남전의 게릴라 전술에 비유한다. "미국과 똑같은 전술을 폈던 이라크는 걸프전에서 패했지만, 이라크보다 훨씬 장비나 병력이 부족한 베트남은 미국을 이겼습니다. 미국이 생각지도 못한 게릴라 전술을 폈기 때문이지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을지, 씽크프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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