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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후속예산, 비준안 처리 5시간 전 여야 합의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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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되기 직전 민주당 의원들이 FTA 후속조치 예산을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FTA 비준을 전제로 한 예산안에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한 것이다. 비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5시간 전인 오전 11시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이하 소위)에선 한·미 FTA 비준 이후 미국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기 위해 ‘자문회사’ 2곳을 고용하기 위한 예산(11억2300만원)이 포함된 외교통상부의 ‘한·미 FTA 후속조치 예산’ 55억1900만원이 통과됐다.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4명 전원이 찬성했다. 소위 전 단계인 예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선 미 의회 로비예산의 50%를 삭감키로 했었다.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표결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MB정부 규탄 대회’를 열고 국민에게 사죄한다는 뜻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조배숙?정세균 최고위원, 손 대표, 김진표 원내 대표(앞줄 왼쪽부터). [뉴시스]

 그러자 박석환 외교통상부 1차관은 이날 소위에서 “FTA가 비준되면 한·미 간에 17개 이행 분과위원회가 운영될 예정인데 협정 이행을 위해 경제·통상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자문회사가 꼭 필요하다”며 예산 배정을 부탁했다. 박 차관의 말이 끝나자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재협상을 하려면 필요하겠네”라고 말해 여야 위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다. 아래는 이후의 속기록.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로비’란 단어가 좀 웃기지만 미국 의회는 그게 공식화돼 있고 상용화돼 있다. 그런 것을 미 의회와 원활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이 예산이 필요하다.

 ▶박 차관=구 의원 말처럼 일종의 로비다.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의원과 접촉할 때 중간에 로비회사가 있으면 더욱 접근하기 쉽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편안하게 잘 진행된다.

 ▶민주당 주승용·강기정 의원=뭘 로비 하겠다는 건가.

 ▶박 차관=모든 현안에 대해서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승용·박기춘=ISD (재협상을) 하려면 필요하지.

 ▶민주당 오제세 의원=한·미 FTA 후속을 위해 미국에 로비 한다고 하는데, 로비 좀 잘 하라. FTA 후속 (대책과 관련해) 문제가 많고 앞으로도 또 우려하는 바가 많다. 이 예산 살릴 테니 일을 철저히 잘하라.

 결국 민주당 의원들의 양해로 절반이 삭감될 예정이던 미 의회 로비 예산은 전액 살아났다. 민주당은 이미 한·미 FTA 발효 후를 대비해 농·어업·축산인들 피해대책 예산을 증액시켜 놓았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선 FTA 후속대책으로 21개 사업 3326억원 예산이 증액됐다. 민주당은 밭 직불금 지급액을 현재 안인 40만원에서 60만~7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며 예결위에서 약 4000억~5000억원의 예산을 추가하라는 의견도 붙였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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