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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야권통합 세몰이 정신 쏠려…긴급소집령 내렸지만 절반만 모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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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에 관한 한 ‘철통 수비’를 장담하던 민주당이 허(虛)를 찔린 배경엔 야권통합에 대한 복잡한 당내 기류가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민주당 의원들의 관심은 23일 열릴 당 중앙위원회에 쏠려 있었다. 이날 회의는 지도부가 ‘혁신과 통합’ 등과의 야권통합정당 추진안에 대해 당의 최종 추인을 받기 위해 소집한 자리다. 회의를 앞두고 손학규 대표 등 ‘원샷 통합전대’ 추진파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선(先) 민주당 전대파’는 일촉즉발의 대결 양상을 보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합당 안건을 부결시키겠다”고 별렀다. “회의에서 합당 안건이 부결되면 야권통합 전당대회는 자동으로 무산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 전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인 박주선 최고위원과 강창일·장세환 의원 등은 손 대표 주도의 통합에 반대하며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해 세몰이에 나섰다. 반면 손 대표는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60년 전통 민주세력의 적통인 민주당이 중심이 돼 시민사회, 노동, 복지, 진보세력을 모두 아울러 반드시 대통합정당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손 대표와 같이 통합 추진파인 이종걸 의원도 중앙위원 454명 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민주당 단독 전대 주장은 명분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당원과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는 것”이라며 지도부의 ‘원샷 전대’를 옹호하고 나섰다.

 FTA 비준안에 대한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구도도 수비벽을 흐트러뜨렸다는 분석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당 지도부의 강경 반대 기조에 잇따라 이의를 제기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원내 지도부는 본회의가 잡혀 있는 24일을 유력한 D-데이로 보고 있다가 일격을 당하게 됐다. 이날 오후 3시10분쯤 원내 지도부가 소속 의원 전원에게 휴대전화로 ‘긴급 소집’ 문자를 발송했지만 본회의장에 나타난 민주당 의원은 전체 87명의 절반가량인 40여 명이었다. 국회 본회의 후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을 겨냥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모르고 있었던 게 말이 되느냐”며 “책임지라”고 흥분했다.

박신홍·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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