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한 우물’ 24년 대명그룹…저가항공 인수 ‘하늘 꿈’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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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1987년 국내 최초로 리조트 사업을 시작해 24년간 줄곧 건설·레저 부문에 집중했던 대명그룹이 항공사를 설립하고 항공사업에 뛰어든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티웨이·이스타 항공을 매입해 이르면 내년 봄 첫 취항을 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항공사의 여객기 보유 규모는 향후 20~3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보다는 작고 제주항공보다는 큰 사이즈다. 대명그룹 계열사인 대명 엔터프라이즈 서준혁(31) 대표가 22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은 청사진을 내놨다.

 그는 “제주항공의 애경그룹과 선의의 경쟁구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애경도 긴장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 대표는 대명그룹 창업자인 고(故) 서홍송 대명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현재 대명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춘희(57) 회장에 이어 향후 그룹을 이끌어나갈 2세 경영자다.

 서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대명그룹의 미래는 건설·레저·라이프(상조)·항공의 네 가지 큰 축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하나가 항공사업이 되는 것. 다음 달 중 항공사 설립을 위한 법인신청을 하고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내년 초 첫 취항을 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이미 3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사업”이라며 “항공사 설립을 위한 실탄(현금)도 500억~600억원 정도로 충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라이프·항공 모두 기업공개(IPO)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경쟁 상대로 애경을 지목한 이유는 제주항공이 상대적으로 잘 자리 잡은 항공사라는 생각에서다. 애경과 대명 두 그룹의 자산규모가 각각 3조원, 2조원으로 큰 차이가 없고 오너 역시 여성 기업인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장영신(75) 애경 회장, 박춘희 회장 모두 미망인이라는 점도 닮았다. 서 대표가 이날 홍천에 내려온 이유도 고 서홍송 회장의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가 생소한 항공사업에 뛰어들려는 이유는 기존 리조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 대표는 “2015년께 되면 국내 리조트 사업은 포화상태로 더 이상 확장할 곳이 없다”며 “기존 사업을 가지고 먹고사느냐 아니면 해외에 진출하느냐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으로 대명리조트가 살아남기 위해선 해외진출이 필수고 이곳에 항공노선을 만들어 에어텔 개념의 서비스를 제시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대명리조트 회원 수가 굉장히 많다”며 “기존 회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기존 항공사가 집중하는 동남아 노선 대신 유럽·미주 같은 신규 노선에 최대한 빨리 들어갈 계획”이라며 “기존 저가항공사들과 차별화된 항공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꿈꾸는 대명그룹은 고객에게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라이프 서비스’ 회사다.

 서 대표는 “10년 뒤 라이프·항공 사업이 자리 잡으면 비영리 사업에도 눈을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상대적으로 젊은데 상조·항공·외식 사업까지 너무 공격적 경영을 하는 게 아니냐.

 “(나이가 어리다는 건)일정 부분 인정한다. 경험 면에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깊이 면에서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공부했다. 또 함께하는 분들이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충분히 모기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는 연관사업의 확장이다.”

 -앞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건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이프·항공 두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때가 돼서 해도 되지 않겠나. 2008년 회사 돈이 아닌 내 적금을 깨 독립 법인을 스스로 세우고 경영을 해봤는데 그때 부족한 걸 많이 깨달았다. 실패하면서 호되게 배웠다. 그래서 저는 제 또래인 2~3세 경영인에게 회사에서 경영수업 하지 말라고 한다. 회사 돈 말고 자기 돈으로 사업하면서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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