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대북 사이트, 정부보다 낫다

중앙일보

입력

북한과 관련된 남북한 정부 유관 기관 사이트와 국내외 연구소 사이트, 언론사 사이트들을 북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평가한 결과, 특히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대부분 정부 유관 기관 사이트가 함량미달인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많았다.

20개 사이트의 질·양·편의성 평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교류의 물꼬가 터지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너도나도 ‘평양행’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의 교류가 ‘투자해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제 교류나 벤처 진출 붐에 너무 휘둘리는 경향이 있어 다소 안타깝다. 더욱이 인터넷이란 새로운 교류의 마당이 단지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터넷은 이제 남북 교류, 특히 경제 분야를 넘어선 사회, 문화, 종교 나아가 정치적인 사안들까지 아우르며 교류·협력의 장(場)으로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 불고 있는 북한 붐이나 교류 열기가 인터넷에서 나름의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과제가 많다. 경제적 목적을 위한 자료 수집이건 ‘북한 바로 알기’를 위한 자료 수집이건 그 어떤 목적을 충족시켜줄 만한 북한 관련 사이트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의 실정법 개정 문제와 맞물려 있어 사이트들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우선 정부나 공공기관부터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의 글은 지난 달 23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개최 기념 심포지엄 ‘인터넷과 북한’에서 발표된 김연각 교수(서원대학교)의 논문 ‘북한 관련 인터넷 사이트 현황과 평가: 북한 연구자의 입장에서’를 위주로 정리한 것이다.

라이코스(Lycos)의 검색 결과를 예로 들면 북한 관련 사이트는 한글 사이트 79개, 영어 사이트 1만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정말 유용한 사이트는 극히 드물다. 김교수는 북한 및 통일문제 연구자의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총 20개의 사이트를 정보(contents)의 질과 양, 사용상의 편의성 등 3가지 기준에서 각각 5점 만점으로 상대평가했다.

북한 정부 유관 기관 공식 사이트
-경제정보 조선인포뱅크 우수

북한 유관 기관의 공식 사이트로는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신보, People’s Korea, 조선인포뱅크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한 1차 자료는 조선중앙통신, 대북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정보는 조선인포뱅크가 우수한 편이다.

일본에 소재한 조선중앙통신 사이트는 한글과 영어로 서비스되는데, 조선중앙통신사의 보도 내용이 주를 이루고, 로동신문, 월간 주요일지, 김정일의 주요 저작 등 자료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메뉴에는 조선 로동당과 공화국 정부의 공식 문건, 조국통일 제안 합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1998년 9월 5일), 조선중앙통신사 소개, e-Mail, 링크 등도 갖췄다. 이곳의 정보는 특히 1차 자료(뉴스) 위주여서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 특별히 중요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1998년 이전의 정보를 구할 수 없다는 것. 통신사 설립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보도 내용 전부를 검색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 연구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사이트가 될 것.

홍콩에 소재한 조선인포뱅크는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의 공식 사이트. 이 기관은 북한 정부 당국이 직접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세계의 조선민족동포들에게 조선과의 협력 및 교역 관련 안내를 위한 인터넷 창구 마련’이라는 사이트 목적에 잘 나타나 있듯이 주로 북한과의 각종 경제협력에 관한 거의 모든 종류의 원자료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사이트다. 또 그 외에도 북한 영화, 음악, 출판물, 요리, 의학, 민속음악,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제공한다. 북한 유관 기관의 공식 사이트 가운데 유일하게 검색 기능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매우 심각한 문제점도 안고 있다. 회원이 아닌 경우 정보 이용에 결정적인 제한이 있고, 또 회비가 가입비를 포함 연간 미화 2천달러다. 더욱 결정적인 흠은 회원가입이나 e-메일 발·수신 등이 북한 주민 접촉으로 간주돼 아직은 위법 행위로 인정된다는 것.

한국 정부 유관 사이트
-외화내빈·함량미달 보강 시급

통일부, 국정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한국 정부 유관 사이트는 전반적으로 ‘외화내빈’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듯. 메뉴 구성이나 홈페이지 디자인, 검색 기능 면에서는 깔끔하고 편리하지만 정보의 질이나 양으로는 대부분 함량미달이기 때문이다.

통일부의 경우 관련 뉴스와 보도자료, 논평과 분석, 주요 1차 자료 등을 제공하는데, 자료실의 내용이 풍부하지 못한 편이고 자체 발간물의 경우도 1999년 이후 것으로만 한정돼 있다. 정부 주무부처의 공식 사이트로서는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역시 상세 검색까지 가능하지만 제공되는 정보가 서지 사항뿐이고 원문이 없다. 국정원 북한정보 사이트 역시 북한의 지리, 인구,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메뉴는 사실상 통일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북한개요''를 분책한 정도의 내용과 분량에 불과하다. 인물사전은 민간이 제공하는 인물사전보다 부실하며(445명), 법령 역시 부실하다(13건).

전문 연구기관의 사이트
-현대경제연구원 경제 자료 탁월

통일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북한정보뱅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북한정보센터 등 전문 연구기관의 사이트들 가운데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북한정보뱅크가 단연 뛰어난 정보를 갖췄다. 남북 경협에 적극적인 현대 관련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경제, 경협 관련 정보가 매우 풍부하다. 특히 남북한의 경협 관련 법률을 총 망라하여 원문 그대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가 논단 메뉴에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글을 제공한다. 주요 메뉴는 금강산관광, 경협실무Q&A, 경협법률코너, 경협통계, 기업리스트, 경제지표, 상품진열대, 산업지도, 행정지도, 경제정책, 나진-선봉지대, 인물 포커스, 전문가 논단, 관련 사이트, e-메일 등 15개.

기타 주요 사이트
-중앙일보 북한네트 다양한 분야 구비

중앙일보 북한네트는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가 언론사 사상 처음 구축한 북한 정보 인터넷 홈페이지로 한글과 영어로 서비스된다. 화제의 인물, 포토갤러리, 일지, 경협코너, 방북abc, 현대사코너, 북한백과, 교사용 Q&A, 전문가 칼럼, 포럼 등 다양한 경로로 입수되는 최신 뉴스와 통일문화연구소가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와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겸한다. 메뉴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사용도 편리하다.

북한 관련 벤처기업 (주)조선인터넷닷컴 사이트는 초기 화면과 메뉴 구성이 복잡해 사용이 불편하지만 풍부한 경협 및 무역 관련 정보와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북한 정보 메뉴 안에 들어가면 종합 사업 정보, 북한 상품, 기업, 무역, 지역 정보, 북한 관련 전화번호부, 북한의 컴퓨터 관련 사업, 남북교역 관련 법규와 사례, 남북경협 관련 각종 신청서, 구비서류 양식 등이 원문으로 제공된다. 상업적 사이트인 만큼 정보의 양이 풍부하고 질이 좋다고 할 수 있으나 앞으로 제공 정보의 양이 더욱 늘어나면 메뉴 구성 등을 시급히 고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김명철이라는 북한통일문제 전문가가 개설한 Korea Web Weekly는 다소 산만하고 분류 기준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포털로서 제공하는 정보는 거의 총망라돼 있어 유용하다. 북한인명사전은 인물 검색이 주 목적인데, 북한사회주의헌법 및 개방 관련 법률 원문도 서비스된다. 수록된 인물 수는 1만6천 명이지만 일부 이름과 직함만 제시된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문화예술사전에는 문화예술용어, 문화인프라, 문화유적, 명승지, 천연기념물, 인명 등 문예 분야에 관한 한 자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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