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 영화 2편 사운드 트랙 나와

중앙일보

입력

장 뤼크 고다르(70)는 세계 영화계의 프런티어다.

1960년대 프랑스 누벨 바그 운동을 주도했던 그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했던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동료들과는 달리 새로운 시도의 몸짓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데뷔 초기엔 브레히트의 '소격이론' 을 영화에 도입했고 60년대말엔 자본주의적 영화 시스템과 결별하고 모택동주의를 수용하는 등 영화의 정치화에 몰두했던 그는 70년대말엔 TV와 비디오 작업에 눈을 돌리기도 했다.

정체(停滯)를 거부하는 그는 한마디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처녀지를 외롭게 걸어가는 영화의 선구자인 것이다.

지금도 스위스의 소도시 롤에서 은둔하며 '영화의 운명' 을 고민하고 있는 그는 비즈니스에 오염된 할리우드와 역사적 성찰을 포기한 작품의 범람이 '영화의 종말' 을 재촉하고 있다며 영화를 '구원' 하기 위한 방도를 줄기차게 찾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누벨 바그〉와 〈영화의 역사〉 사운드 트랙은 90년대 들어 고다르가 어떤 형식적 실험으로 나아갔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음반이다.

알랭 드롱을 출연시켜 화제가 됐던 〈누벨 바그〉(90년)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추리소설 〈롱 굿바이〉를 자기식으로 재구성한 작품. 이 영화는 상업주의로 인해 예술이 더 이상 천지창조의 놀라운 순간을 재현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한다.

고다르는 "눈 먼 사람은 이 영화를 볼 수 있지만 귀가 먼 사람은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면서 〈누벨 바그〉가 사운드에 의한 영화임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가 갈수록 쇠퇴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영화가 지나치게 시각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과도한 스펙터클이 영화의 '죽음' 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운드가 영화의 '새로운 물결' 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80년대에 사운드(Sound)와 이미지(Image)를 포함하는 몽타쥬, 고다르의 표현으로는 '소니마쥬 '(Sonimage)를 시도했던 결실을 정판이맺은 이번 음반은 두 장의 CD에 90분짜리 영화 전편의 사운드를 담았다.

〈영화의 역사〉는 88년부터 98년까지 10년에 걸쳐 4부작8편으로 완성한 고다르 필생의 역작이다.

50년대 프랑스의 저명한 평론가 앙드래 바쟁이 제기했던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되새기면서 만든 이 영화는 연대기적으로 접근하는 대신 영화사(史)의 유명한 장면들을 순서없이 인용하면서 20세기의 자식인 영화가 과연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비디오로 작업한 〈영화의 역사〉는 올해 초 한정판 비디오로 출시됐고 프랑스의 카날 플뤼스에서 방영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음반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역시 90년대 고다르의 문제의식인 '사운드에 의한 영화' 를 실감할 수 있는 음반이다.

그는 "영화란 역사의 것이다. 역사가 감독을 고르고 선택의 폭을 만들어 준다. 역사는 작가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전해준다" 라고 했다.

자신의 독창적인 작업마저 역사의 몫으로 돌리는 그의 방대한 사고가 다섯 장의 CD에 담겨 있다.

02-522-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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