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이름, 그 소중함에 대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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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李. 옳을義 .서로相. 이의상. 전의李氏 영일공파 자손인 내가 얻어 쓰고 있는 이름이다. 조상의 뿌리를 존중하는 일이나 씨족사회의 중요함 중 하나가 자손들의 이름을 지을 때 돌림자를 지키는 일 아닌가 싶다.

지금이야 많은 사촌, 육촌, 팔촌들이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한 집안에 대여섯 명의 일대 손들이 있었기에 이름 짓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 자손 대에 친척들이 모이면 아주 재미있는 이름들의 집합체가 형성이 되어 있어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 때 모여 앉아 이름들을 놓고 적절한 웃음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서로相의 돌림자들끼리 만나서 구분해 놓은 재미있는 집안얘기를 소개해 볼까 한다.

먼저 일상이, 두상이, 오상이, 칠상이, 구상이, 천상이, 만상이… 숫자 집단의 형제라고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제일 중심적인 형제그룹으로 호상이, 용상이, 범상이, 인상이, 묘상이, 진상이, 미상이, 유상이, 돈상이(물론 돼지 豚은 아니고 도타울 敦자 지만) 이 그룹의 별칭은 십이지형제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올림픽 형제들도 있는데 금상이, 은상이, 동상이, 철상이… 또 재미있는 형제 집단은 부상이, 경상이, 미상이, 정상이, 보상이, 풍상이…, 바로 사고 집단 형제들 이름 조합. 그 밖에 바른 생활 집단으로 덕상이, 예상이, 지상이, 효상이, 도상이, 혜상이 등등. 이렇듯 짓다 보니 예쁘지도 않은 내 이름은 둘씩이나 있으며 내 막내 동생 이름은 무슨 궁여지책 끝에 만들어진 이름처럼 ‘주리상’이라고 넉자의 이름을 가져서 가끔은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대단한 가문의 집안은 아니지만 이렇듯 서로가 가진 이름 석 자 속에 같이 들어가 있는 돌림자 덕에 우리자손들은 자부심과 친·인척간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애정,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기본의 마음들이 숨 쉬고 있음을 만나면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해가 가고 있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잠시 생각을 해본다. 한 해 동안 정신 없이 바쁘게 여러 인연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시간, 세월 속에서 나의 이름 석 자가 그들에게 정말 따뜻한 기운으로 남아 있을까. 다시 오는 시간 그리고 새날에 대하여 정말 훌륭하고 값진 인연으로 다시금 남아 존재하게 되기를 그리고 그런 삶이 될 수 있도록 더한층 노력해야겠다고, 내 이름 석 자 앞에서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다.

이의상 온양온천여성합창단장(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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