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흉악범, 기소 전 우리 측에 인도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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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미 양국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에 대해 검찰 기소 전에도 우리 수사 당국에 인도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잇따르는 주한미군 범죄에 시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양국은 23일 외교통상부 김형진 북미국장과 제프리 레밍턴 주한미군 부사령관, 사법 당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기소전이라도 우리 수사 당국이 범인 인도를 요구하면 호의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권고문(Agreed Recommendation)’ 도입 방안을 적극 논의할 방침이다.

 동두천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SOFA 조항은 형사재판권과 관련된 22조5항이다. 살인·강간·방화·마약거래 등 12개 주요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의 경우 경찰 초동 수사 단계가 아닌 검찰의 기소 후에야 한국 측이 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도록 돼 있는 내용이다. 신병 인도 전까지 피의자들이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범죄를 은폐하거나 축소할 여지가 크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양국은 1995년 오키나와 주일미군의 성폭행 사건 이후 미·일 양국이 SOFA 운영개선 협의를 통해 ‘살인·강간 등 흉악범죄 용의자는 기소 전이라도 미군이 일본 경찰에 신병인도를 호의적으로 고려한다’고 합의한 것을 준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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