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다 ‘일’볼 데가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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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달 8일 개통한 남한강 자전거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게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남한강 자전거길의 북한강 철교 구간에는 하루 평균 2000~3000명, 주말에는 5000명의 이용객이 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6만여 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남양주~양평을 잇는 전체 구간(27㎞) 중 화장실은 단 8곳뿐이다. 제대로 된 화장실은 옛 중앙선의 간이역인 능내역 한 곳이고, 나머지는 팔당역·운길산역 등 전철 역사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자전거 이용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북한강 철교나 남양주 방면 자전거길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급하면 노상방뇨를 하거나 인근 가정집·식당으로 뛰어가는 수밖에 없다. 직장인 김진수(39·서울시 도봉구)씨는 “점심을 먹고 자전거를 타다 너무 급해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볼일만 보고 나오기 미안해 밥을 한 번 더 먹은 적이 있다”며 “중간에 간이 화장실을 충분히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고민이다. 남양주시 조안면장 이상운씨는 “자전거길이 생기면서 지역경제는 좋아진 면도 있지만 노상방뇨를 하고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조안면 측은 남양주시에 1~2㎞ 간격으로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자전거길 주변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화장실을 짓거나 간이 화장실을 두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행안부 이정구 자전거정책과장은 “마을이나 식당가 등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또 화장실 이용에 대한 불편이 없도록 화장실 안내판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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