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 만화'와 함께 쓰는 창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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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과학 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21세기에 살면서 과학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은 과학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을 공부하기를 꺼려합니다.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광수생각의 저자 박광수 씨와 합작으로 부담 없이 재미있게 자연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광수 만화와 저의 해설이 어우러져 자연의 신기함을 맛보면서 과학 상식도 넓힐 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20세기에 과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놀라운 발견들은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눈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주는 이미 정적인 우주가 아니라 150억 년 전에 빅뱅으로 시작해서 지금도 팽창을 계속하고 있는 다이내믹한 우주이고, 매일 제자리에서 변함이 없이 반짝거리는 듯한 별들도 한 인간의 삶에 못지 않은 변화 무쌍한 일생을 살아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중에 생명을 만들어낼 원소들이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집니다. 별은 초신성 폭발이라는 장렬한 최후를 맞으면서 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퍼뜨리고, 수억 년 후에 그 원소들은 다시 모여들어 태양계와 지구를 만들고 결국은 지금부터 약 40억 년 전에 지구상에서 인간의 조상인 최초의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이와 같이 과학이 우주와 생명이라는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사에 대한 답에 접근하는 이때에 우리는 종교와 과학의 대화를 기대해 봅니다.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창세기적인 서술은 과학적인 서술을 통해서 보다 리얼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또 종교는 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우주의 기원과 구조, 물질의 궁극적인 입자, 생명의 본질과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과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 지금은 과학과 종교의 대화가 가능하고 또 절실히 요구되는 때입니다.

이 책에서 사용될 광수생각 만화들은 제가 서울대학교에서 지난 3년 간 문과, 이과 학생들과 한 강의실에서 호흡하며 자연과학개론이라는 교양과목을 통해서 우주와 생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사용된 것들입니다. 학생들이 제공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강의에서 학생들이 만화 프로젝트를 제출하고 서로 나누어 보면서 과학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데 저와 학생들 모두 놀랐습니다. 이 책은 그런 경험을 학생들과 일반인과 나누기 위해 쓰여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이 알아낸 자연에 관한 사실들은 창세기의 구체적인 모습들입니다. 창세기가 누가 천지와 인간을 만들었나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책은, 천지와 인간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만들어졌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광수생각 만화를 보면서 자연의 신비를 맛보고 창조의 숨결을 느끼도록 하여 과학이 발견한 우주의 질서와 창세기에 나오는 조물주의 손길의 합일점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이 책에서 지향하는 바입니다.

김희준(서울대 화학부 교수)

*김희준 교수 홈페이지
*책에 쓰일 '광수생각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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