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충남 연기군 대평리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청사 인근.
왕복 2차로 도로변 200여m에 부동산중개업소 40여 곳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평일인데도 중개업소마다 1~2명의 방문객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신도시공인 김천석 공인중개사는 “주말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할 정도”라며 “20~30팀이 상담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의 첫 입주가 곧 시작되고 정부 부처의 이전 시기가 다가오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외지에서 투자자들이 몰리며 아파트 분양권과 땅 값이 뛰고 있다. 공공기관이 옮겨가는 지방의 혁신도시도 마찬가지다.
다음달 26일 입주를 시작하는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는 6000만원 이상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맨 꼭대기층 펜트하우스는 웃돈이 최고 2억원에 달한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요가 워낙 많아 프리미엄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양된 민간 아파트도 벌써 웃돈이 붙었다. 인근 중개업자들은 “포스코건설의 세종더샵 아파트 중 호수 조망이 가능한 84㎡ C형에 6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9일 1순위 평균 6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바람공인 김용숙 사장은 “전매제한이 풀리려면 1년쯤 지나야 하지만 미리 ‘찜’해 두려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며 “대부분 수도권 등에서 온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2~3년 전 세종시가 표류하면서 땅값이 급락하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종더샵의 1순위 신청자(1만1713명) 중 다른 지역 거주자가 10명 중 9명꼴인 1만77명이었다.
상가에도 돈이 몰린다. 지난 8~9일 실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단지 내 상가 잔여물량 108개 점포 입찰에 예정 가격의 158%인 320억원이 들어오며 모두 낙찰됐다. 주변 땅도 개발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LH가 330㎡ 단위로 나눠 1억6000만원에 분양한 단독주택용지도 분양가의 40%에 가까운 6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다.
세종시 분양열기를 바라보는 과천 공무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8월 큰마음 먹고 첫마을 2단계 미분양 아파트(84㎡)를 구입한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어차피 내려갈 건데 빨리 결정하길 잘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의 한 사무관은 세종시 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최근 건설사들이 실시한 특별분양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뛰는 경쟁률과 분양가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그는 “현재 분양하는 물량이 2013년 말~2014년 초 입주 예정인데 경쟁률을 보면 언제 당첨될지 기약이 없다”며 “부처 내부에선 인기 있는 브랜드와 지역의 아파트 당첨을 로또에 비유한다”고 전했다.
과천 관가에선 “분양 물량도 모자라는데 대책도 없이 내려가라는 건 너무 무성의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세종시 이전 공무원은 내년 4139명을 시작으로 2013년 4116명, 2014년 2197명이 차례로 이주할 예정이지만 입주 물량은 내년 1582가구, 2013년 3576가구, 2013년 말~2014년까지 4600여 가구 정도다. ‘나 홀로 이주자 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전 공무원 모두 세종시 아파트 거주를 희망할 경우 2012년부터 2년간 3000여 가구가 부족할 수 있다.
올 들어 시작된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시장도 높은 경쟁률 속에 청약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울산시 우정혁신도시에서 분양된 동원개발과 IS동서의 아파트 모두 1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종시=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