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훈 한진 명예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조중훈(趙重勳.80)한진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27일 3년만에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부인 김정일(77)여사도 이튿날 파리에서 합류했다. 趙명예회장은 1970년대 중반 에어버스사 항공기를 비유럽 국가로는 처음 대한항공이 구입한 인연으로 프랑스 명예대사란 직함을 갖고 있다.

趙명예회장은 지난해 한진그룹 탈세사건으로 장남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회장이 구속된 뒤 건강이 나빠져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건강한 모습으로 부축받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대한항공이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그전에도 어려움을 극복했 듯 이번에도 잘 넘길 것입니다. 정권과의 갈등이니 하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베트남 전쟁 때 죽을 고생을 하면서 미군 물자를 공수해 오늘의 대한항공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趙명예회장은 매주 월요일 김포공항 부근 대한항공 본사에 나와 임원들과 점심을 들며 창업 당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대한항공 주가가 1만원을 밑도는 것은 한마디로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입니다. 기업 내용을 보세요. 곧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것입니다."

이야기는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로 넘어갔다. 그는 평양 직항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서울~평양 항로가 열려도 항공사 입장에서 보면 짧은 기간안에 수지를 맞추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여건상 그쪽 수요가 많지 않을테니까요. " 趙명예회장은 임원들에게 평양 항로가 열릴 경우에 미리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해방전 총각 때 평양에 오토바이를 타고 놀러간 적이 있어요. 그때 돈으로 30원인가 들고 갔는데 술마시고 이것저것 사업을 궁리하다가 돈을 다 썼지요. 서울로 돌아오는데 하도 배가 고파 참외밭에서 서리해 배를 채웠지요. 나중에 참외 서리한 돈을 갚으러 갔는데 그집 주인이 잘 봤는지 사위를 삼으려 하더군요.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