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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시장을 잡아라’… 게임산업 대박 예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게임시장이 끓고 있다. ‘스타크’,‘DDR’에 이어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보이는 것은 단연 온라인 게임. 특히 PC방이라는 탄탄한 인프라 덕분에 우리 게임산업은 그야말로 ‘대박예감’인 상황. 인터넷기업으로 몰려간 자금들도 대거 게임회사로 몰리고 있다. 게임산업은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국내 게임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집중 진단한다. .

'돈냄새’를 맡는데 프로인 창투사들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 기업들의 수익모델 찾기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창투사들의 돈이 게임산업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특히 온라인 게임은 유료화가 가능한 몇 안되는 인터넷 서비스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KTB네트워크의 김형기 상무는 “이번 한주동안만도 2개의 게임 전문회사에 투자를 결정했다”며 “창투사 사장들 만나면 요즘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게임산업이라 인터넷 기업에서 게임산업쪽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상무는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고 콘텐츠의 멀티미디어화 추세에 따라 게임산업은 더욱 높은 성장성을 지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특히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게임분야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KTB는 게임엑스 포에 4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올해 중 4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본격적으로 게임산업을 공략할 계획이다.

게임산업은 대기업들에게도 인기다.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이 최근 “게임 산업의 규모는 반도체 시장을 능가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3백억 달러 규모인 반면, 전세계 게임시장은 1천6백억 달러 규모다. 게임 산업은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 분야와 함께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힐 정도.

삼성전자는 프로게이머로 구성된 전문 선수단을 발족하고 게임산업 선점에 기염을 토하고 있다. 삼성의 프로게임단 ‘칸’은 국내외 게임리그에 적극 참여, 게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에버랜드에 대규모 게임구장을 건설하고 내년초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게임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게임분야의 ‘올림픽’을 삼성이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로 2백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넥슨은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의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또한 넥슨의 퀴즈 퀴즈사이트(www.quizquiz.co.kr)는 1백50만명의 회원을 모집하며 전국에 퀴즈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넥슨은 이미 미국·일본에 현지법인 설립을 마친 상태이며 브라질·프랑스·싱가포르에도 진출해 현지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지난해 1백억원의 매출에 순이익 42억원을 거둔 이 회사는 지난 1분기에만 70억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게임, 새로운 ‘테마주’로 부상

98년 9월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출시한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80억원. 올해 들어 5월까지 매출액이 벌써 1백49억원에 달해 올 한 해 총 3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리니지의 전국 회원수는 3백만명을 돌파했고 게임서비스를 받고 있는 PC방만도 전국 9천1백여곳에 달하고 있다. 리니지 게임의 동시 접속 인원이 최고 4만7천명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날로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이같은 폭발적인 인기 덕에 최근 엔씨소프트가 실시한 공모가 7만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의 공모주 청약은 2백4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3D기술을 응용한 게임소프트웨어 판매업체인 비테크놀러지는 지난 달 3일 코스닥에 등록해 주가가 열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 6만1천8백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오리스도 지난 6월7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오리스는 오락실용 퍼즐 게임과 DDR게임기 등을 만드는 컴퓨터게임 소프트웨어개발 업체로 지난해 55억여원의 매출에 7억8천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달 공모주 청약 때는 무려 1천4백7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오리스는 최근 연속 11일간 상한가 행진을 거듭하며 주가가 7만원대에 근접할 정도로 인기다. 이처럼 코스닥에서 게임 회사들이 강세를 보이자 증권가에서는 게임산업이 새로운 ‘테마’로 떠오르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가입자수 증가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지닌 까닭에 인터넷 기업 투자로 고전하고 있는 창투사들이 대거 게임산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 또한 전세계 게임시장이 최근 5년간 평균 25.6%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2002년에는 2천6백억 달러를 상회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 따라서 우리 게임업체들의 기술력만 확실하다면 전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벌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 일부 창투사들의 계산이다.

덕분에 그간 쌈짓돈 위주로 운영되어 오던 영세적인 게임산업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약진

이처럼 최근 게임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 게임의 등장 때문. 그간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가정용 비디오 게임·PC 게임 등으로 이뤄져 오던 게임산업의 틀이 온라인 게임 덕에 근본부터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리니지’.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게이머는 반드시 원격지에 떨어진 서버에 접속해야 한다. 게이머는 서버에 접속중인 다른 게이머들과 ‘혈맹’을 맺기도 하며 서로 게임을 벌인다. 동시 접속중인 수만명의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벌이다 보면 게임이라기보다 하나의 사회를 형성한다는 느낌이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재단법인 게임종합지원센터의 류재호 사이버정보팀장은 “온라인 게임은 서로 떨어진 사람들끼리 동맹을 맺고 가상사회를 형성하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에 파묻혀 사는 네티즌들이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임 형태”라고 말했다.

PC게임으로 분류되는 스타크래프트 역시 서버에 접속해 네트워크 게임을 벌일 수도 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CD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혼자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른 게임분야에 비해 온라인 게임이 유달리 우리 나라에서 발달한 데는 PC게임방이라는 ‘인프라’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전국에 2만개를 헤아리는 게임방 덕에 온라인 게임은 급속도로 번져나갈 수 있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류팀장은 “국내 온라인 게임의 기술 수준은 세계1위인 미국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며 “값싼 통신료와 PC게임방의 보급이 가장 큰 공로자”라고 말했다.

게임회사 입장에서 볼 때 온라인 게임만큼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도 없다. CD복제가 가능한 PC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복제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고, 게임 이용을 위한 회원가입이 곧바로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터넷기업의 경우 회원수가 수익창출로 바로 연결되지 않아 고민에 빠진 반면 온라인 게임 업체는 가입자가 곧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온라인 게임은 전국의 PC게임방으로부터 게임사용료를 받고 있어 수익기반 역시 안정적이다.

PC게임의 수명이 평균 5~6개월에 그치는 데 반해 온라인 게임은 더 길게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기업입장에서는 큰 매력. 반면 사용자수 증가에 따른 서버 확장비용과 게임내용 업데이트를 위한 개발비는 계속 소요된다.

1천억원 시장을 잡아라

한국첨단게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업소용 게임·비디오게임·PC게임을 포함한 올해 국내 게임산업의 시장규모는 1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 게임 시장은 지난해 2백억원 규모로 98년 61억원에 비해 2백27%가 늘어났다. 이는 올해 4백20억원, 2001년 7백10억원 으로 불어나 2002년이면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만 1천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PC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합친 컴퓨터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14.8%, 99년 32.3%, 2000년 43.3%등으로 늘어나, 2001년에는 53.3%로 PC게임을 앞지를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가정용 비디오 게임과 업소용 게임의 경우 인기는 높지만 국내 산업의 수준은 아직 세계 수준에 못미치는 상황. 비디오 게임과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은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국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일본의 플레이스테이션1, 2의 돌풍에 전세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일본의 강세는 여전하다.

업소용 게임의 경우 지난해 DDR의 폭발적 인기에 힙입어 관련 제품 개발에 국내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DDR에 익숙한 이용자나 숙련자들은 금세 식상해져 버릴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사게임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업소용 게임들의 경우 불법과의 연결고리가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이고, 일본문화의 무분별한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PC게임은 진입장벽이 다른 게임보다 낮아 국내에서도 많은 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PC게임은 PC가 플랫폼이어서 업소용 게임 등에 비해 제작비도 싼 편이다.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기 이전 국내 게임회사 대부분이 PC게임 개발에 주력했다. 국내 기술의 수준도 외국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간 자본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적은 개발인력으로 단기 생산에 치우친 것이 문제. 결국 기획부터 제작까지 4~5년씩 걸리는 외국의 게임업체들과 달리 1년 이내에 ‘날림’으로 만드는 게임도 나오게 됐다.

온라인 게임의 전망 역시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온라인 게임 열풍 초기에는 PC게임방들의 숫자가 적고 사용자가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 까닭에 PC게임방 업주들은 일정 사용료를 물고서라도 온라인 게임을 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소 바뀌고 있다. 업소난립으로 인한 사용료 인하, 정기적인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비용, 그리고 월 고정으로 들어가는 회선 임대료 등으로 인해 게임방의 수익구조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방들 사이에는 최근 신규 온라인 게임의 도입을 극히 꺼리고 있는 분위기마저 일고 있다. 또한 기존의 게임방에서도 게임제공업체에 서비스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임개발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도 풀여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게임전문업체 인터존21의 윤창희 사장은 “게임업체의 90% 이상이 20명이 채 못되는 인력으로 개발을 하고 있는 영세한 규모”라며 “장기적인 개발과 연구를 위한 사회적인 뒷받침과 자금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유투자자문의 권영건 사장은 “게임산업의 성장성은 분명하지만 경쟁격화로 개별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단기간에 지나친 과열반응을 보이는 것은 후유증이 클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산업이 맹아기인 점을 감안, 기술 경쟁력과 향후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선별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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