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방송하는 샤론스톤역 성우 강희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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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역은 시청, 시청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지하철을 타면 귀에 익숙한 낭랑한 안내방송을 늘 듣게된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의 인기 여배우 샤론스톤의 대사를 전문으로 더빙해온 프리랜서 성우 강희선(40.여)씨. 그는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물론이고 부산.대구 지하철의 안내방송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특히 1년 단위로 성우가 바뀌어온 서울지하철 안내방송을 1996년부터 5년째 계속하고 있다.

강씨의 장수 비결은 거부감 없는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강씨는 "더 예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너무 기교를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방송을 듣는 시민들에게 너무 튀는 목소리는 쉽게 싫증을 갖게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공사 관계자도 "과거에는 방송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강씨가 맡은 이후에는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고 말했다.

그만큼 강씨가 안내방송에 쏟는 노력도 대단하다. 선릉역(발음은 설릉)처럼 발음이 아리송한 것은 국어학자들의 자문을 받았다. 1년에 한번씩 녹음을 하지만 역이 신설되거나 녹음 테이프의 음질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애프터 서비스' 도 한다.

그는 지난달부터 지하철공사의 옴부즈맨으로 위촉돼 지하철 불편사항 등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하는 일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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