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스포츠계 샛별 14세 이다정양·구태균군 … 춤출 때 가장 행복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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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천안시 쌍용동에 위치한 충남댄스스포츠경기연맹 연습장에서 이다정양과 구태균군이 룸바를 추고 있다. [조영회 기자]

“힘들어 눈물이 날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저에게 있는 가능성을 믿습니다.”

 구태균(14·온양용화중3)군과 이다정(14·온양한올중3)양이 자신들의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올해만 전국 댄스스포츠 대회 8번의 중등부 우승, ‘2011 WDSF 타이페이 오픈 국제 대회’ 주니어 부문 라틴 5종목 3위에 올랐다. 2008년부터 두각을 보였고 이후 전국 댄스스포츠 대회에서 1, 2위를 독차지 하다시피 했다. 지난해에는 마카오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주니어 부문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구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 심장 수술 후 건강을 위해서였다. 이양은 구군보다 한 해 빨랐다. 이양의 어머니가 어려서부터 춤을 좋아하고 남다른 유연성을 지녔던 이양에게 댄스스포츠를 권했다.

 댄스스포츠를 배운 지 1~2년 후인 2007년, 둘은 처음 만났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 차례의 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항상 행복했던 건 아니다. 함께한 지 5년이다. 힘들었던 시기가 더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하루 4~5시간의 훈련을 해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연습장을 찾아 밤 11시까지 연습을 했다. 주말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갔다.

구군은 “룸바, 차차차 등의 라틴 5종목을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출 때 체력의 한계를 느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양은 “훈련 할 때 스텝이나 박자가 틀려 싸울 때도 많다. 서로 자기 스텝이 맞다고 우기다 보면 말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댄스스포츠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잘하고 싶은데 안무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선생님에게 혼 날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양은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점도 힘들다. “학교가 끝난 후 친구들과 놀러 다닐 수 없어요. 주말에 영화구경, 쇼핑도 거의 못하죠. 졸업사진도 함께 찍을 수 없었고, 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죠. 대회에 나가야 했거든요.”

 구군은 친구들 때문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예전엔 이상한 옷을 입고 춤 춘다고 친구들이 놀려 상처 받기도 했어요.” 구군이 입는 경기복은 친구들에겐 놀림거리였다.

목표가 있어 포기하지 않아요

주말도 없이 계속되는 훈련, 외로움, 친구들의 놀림이 있었지만 이들은 이겨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가장 큰 힘은 ‘가족의 응원’이라고 두 학생은 말한다. 5년 동안 부모들은 항상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복, 댄스화 구입 등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두 학생은 말을 안 했을 뿐 부모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구군은 “대회에 나갔을 때 경기를 잘했든 못했든 항상 ‘잘했다’ 격려해 주실 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양의 아버지인 이덕영씨는 “아이와 미래의 꿈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한다. 힘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가족의 응원과 함께 운동을 하며 얻는 ‘행복감’으로 어려움을 잊는다. 함께 호흡을 맞춰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대회에서 1등을 했을 때가 아니라고 한다.

 “춤을 추면서 다정이가 즐거워서 웃을 때 기분이 좋아요.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경기장에서 스텝을 잊어버렸을 때 태균이가 빨리 다른 스텝으로 넘어가면서 리드해 줄 때 고맙죠.” 댄스스포츠를 하며 상대와 교감을 이뤘을 때 행복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대회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1등을 생각했다가 2등을 하면 실망하게 되고, 그 실망감이 다음 대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거든요.” 구군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 이양도 마찬가지다. “연습 때처럼만 경기장에서 하면 만족해요. 일부러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지 않아요. 내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며 긴장을 풀죠.” 스포츠 자체를 즐기니 자연스럽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오는 26일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매치12 댄스스포츠’ 행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주말마다 참가팀과 수원영덕고등학교에서 연습을 한다. 바쁘고 힘들지만 즐겁다.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꿈은 ‘댄스스포츠 국가대표’다. 구군은 “아마추어 대회 파이널리스트(결승전 진출자)가 1차 목표다. 이후 국가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댄스스포츠경기연맹 박성목(55) 회장은 “중등부에서 구태균군과 이다정양은 적수가 없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둘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글=조한대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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