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회장님' 송진우, 실력도 '회장감'

중앙일보

입력

'회장님' 송진우(한화)가 '송골매'로 돌아와 아름다운 비행(飛行)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겨울 프로야구선수협의회 회장을 맡아 구단주들의 프로야구 리그 중단 위협에 맞서 '선수협 실체 인정'이라는 성과를 따낸 송진우는 선수로서도 나무랄데 없는 실력과 처신으로 어느덧 '대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사재를 털어 후배들을 이끌며 프로야구 선수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겨울 훈련을 거르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거침없이 8연승을 달린 송진우는 팬들의 '사랑'이아닌 '존경'을 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훈련 부족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한달 가량 늦은 지난 5월초 팀에 합류한 송진우는 5월6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린 뒤 한번의 패배도 없이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세우는 등 '퀄리티 피칭'을 이어가 전문가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올 시즌 14경기에 나선 송진우는 8승무패1세이브(방어율 2.58)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작년보다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발로 나선 10경기 가운데 선발투수로서의 첫번째 임무인 5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한 것은 단 한번도 없었고 3점 이상을 내준 적도 단 2차례 뿐이었다.

송진우와 함께 선수협을 주도했던 강병규(SK), 양준혁(LG), 최태원(SK), 마해영(롯데) 등이 겨울 훈련 부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제 기량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34살의 노장 송진우가 이런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찬사다.

그러나 송진우의 이같은 고공 비행은 그의 강인한 프로 정신을 감안하면 그리놀라운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선수협을 이끌 때부터 남다른 의지력을 보여준 송진우는 시즌이 시작하자 묵묵히 2군에서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했고 경기에 나서면 '쓸데없는 짓 하더니 공도 제대로 못던진다'는 혹평을 피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배 정민철과 이상목의 전력 이탈로 위기에 빠진 팀에서 '내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절박감도 송진우의 오기에 힘을 더했다.

올 시즌 투수개인 최다연승기록을 세운 '송골매' 송진우의 힘찬 날개짓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프로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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