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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전창진 감독님 말 험하시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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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형석
스포츠 부문 기자

“그래서 네가 안 되는 거야, 임마!”

 프로농구 KT의 전창진(48) 감독은 6일 KGC와 원정 경기를 하다가 찰스 로드에게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로드는 감독의 눈을 피했다. 이 장면은 생중계하는 텔레비전 화면에 생생하게 잡혔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넷 포털과 농구 관련 사이트에는 전 감독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쏟아졌다.

 논란이 되자 전 감독은 “(로드가) 아침 훈련 때 지시한 점을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전 감독이 이번에만 폭언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월 30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는 조성민에게 “네가 선수냐”며 화를 냈다. 지난해에는 한 외국인 선수에게 “어디서 주접을 떨고 있어? 뛰기 싫으면 나가”라고 해 논란이 됐다.

 그는 피가 뜨거운 감독이다. 2007년 이후 네 시즌 동안 테크니컬 파울을 스물한 번이나 받았다. TG삼보(동부 전신) 감독이던 2004년 1월 20일에는 심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한 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만원을 부과받았다.

 전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네 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세 번을 기록했다. 감독상도 다섯 번 받았다. 이렇게 성공한 감독이 거친 벤치 매너를 반복해 보여주면 프로농구 전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저렇게 해도 괜찮구나’ 하는 잘못된 기준이 된다.

 프로농구 경기장은 청소년과 학생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프로농구는 한국 농구의 최고봉이며 많은 팬이 있다. 프로농구는 스포츠 채널의 고급 콘텐트다. 욕설이 난무하는 중계화면은 시청자의 혐오감을 산다. 청소년과 학생에게는 나쁜 본보기다.

 전창진 감독은 로드에게 험한 말을 해 잠깐 속이 시원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습관이 되면 곤란하니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 감독 본인을 봐서나 프로농구 전체를 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이다.

 프로농구연맹(KBL) 장재홍 홍보팀장은 “2년 전부터 경기 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제재를 강화해 왔다. 욕설이나 도를 넘은 항의 여부를 주시하고 보겠다”고 했다. 전 감독은 “잘못을 인정한다. 자숙하겠다”고 했다. 옳은 태도다. 지켜보겠다.

 이형석 스포츠 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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