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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25명 ‘반MB 연판장’ … 보고받은 MB는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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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쇄신파인 구상찬·김성식·정태근 의원(왼쪽부터)이 6일 여의도 당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쇄신파 요구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 말씀도 없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형수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서한(본지 11월 5일자 5면)엔 25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정태근·김성식·구상찬 의원은 6일 당사에서 ‘대통령님과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공개했다. ‘반MB(이 대통령) 연판장’이나 다름없는 서한엔 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등 핵심 당직자들도 서명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수도권 소장파 의원(15명)들이 서명했고, 친박근혜계 의원도 10여 명 가담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747공약(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폐기 선언과 성장지표 중심의 정책기조 수정 ▶인사 쇄신 ▶권위주의 시대의 비민주적 통치 행위 개혁 ▶권력형 비리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한 처리와 검찰 개혁 등 5개 항을 요구했다. 정태근 의원은 이날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에게 서한을 전달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한 정 의원에게 기자들이 ‘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대응을 할 건가’라고 묻자 그는 “이번엔 적당히 멈추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서명파 사이에선 이 대통령 탈당, 당 지도부 총사퇴, 신당 창당 등의 주장이 분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성식 의원은 서명자가 25명에 그친 데 대해 “서한의 취지에 대해 서명파 외에 다수 의원이 공감했다. 홍사덕 의원은 중진이라 서명은 못하지만 공개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서한에) 찬동하지 않은 의원이 반대하거나 동의하지 않은 걸로 해석돼선 안 된다. 대부분의 의원이 ‘뜻은 같이하나 나서기는 좀 뭣하다’는 생각”이라고 적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도 “서한 내용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반발도 터져나오면서 당 분위기는 어수선해 졌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서명파 상당수가 당직자인 점을 지적하며 “쇄신 중독도 아니고 대표, 원내대표하고 같이 다니는 분들이 웬 공개 연판장이냐”고 야유하는 글을 올렸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언론에 미리 터뜨리고 사과하라고 하면 대통령이 승복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 ”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직후 서한에 대한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 말씀도 없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효재 수석은 “청와대는 언제나 귀를 열고 의원들의 고언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이 국가이익을 위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 여권을 갈라놓는 얘기를 하다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참모는 “청와대에게 뭘 하라고 하는데 우리가 뭘 하려 해도 여론만 나빠진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라고 푸념했다.

글=김정하·김경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연판장 서명한 25인>
남경필 원희룡 임해규 정두언 구상찬
김동성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태원 박민식 성윤환 신성범 유재중
이상권 이진복 이한성 정태근 조원진
조전혁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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