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과학자 뇌모방 전자회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미 물리학자 매사추세츠공대(MIT) 승현준(34.미국명 H.Sebastian Seung) 교수가 `생각하는 컴퓨터''의 기초가 되는 뇌활동을 모방한 전자회로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승 교수 등 MIT 연구진과 루슨트테크놀로지사(社) 벨연구소, 스위스 신경정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인간의 뇌 신경계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전자회로를 개발, 연구결과를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22일자)''에 발표했다.

네이처는 이 논문을 표지기사로 싣고 해설기사와 함께 비중있게 소개했다.

인간 지능의 핵심인 뇌 대뇌피질은 피드백 기능을 가진 신경단위(neuron)가 복잡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데 연구팀은 이같은 뇌신경 네트워크를 반도체 전자회로에서 구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뇌모방 전자회로는 각각의 뉴런이 연결돼 있는 부분인 시냅스를 통해 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공뉴런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인공뉴런 전자회로를 이용하면 앞으로 시각 인식과 같은 인지기능을 수 행할 수 있는 컴퓨터나 사람처럼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컴퓨터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승 교수는 "뇌의 신경회로는 반도체 전자회로와는 달리 많은 피드백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 피드백은 전자회로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이번 연구에서 신경회로의 작동방식을 반도체에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자회로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만 처리할 수 있지만 인간의 뇌에 있는 신경회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모두 처리한다.

예를들어 차가 다가오면 뇌는 차의 색과 크기, 거리 등 아날로그신호를 받아들여 처리하며 동시에 이것이 자동차인지 아닌지에 대한 디지털 요소도 처리한다.

연구팀은 뇌모방 전자회로는 동시에 여러 개의 자극을 받으면 회로 스스로 가장 강한 자극을 선별해 반응하고 이 반응을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혔다.

승 교수는 지난해에도 인간의 지적활동을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하는 등 물리학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천재 과학자로 꼽히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의학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의 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