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호의 마켓뷰] 달리는 기차에서 서둘러 내려올 필요 없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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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8월 급락 이전으로 코스피 시장이 복귀했다. 내친김에 더 달려갈 수 있다는 낙관과 이달 3일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속도조절을 하거나 조정기에 재진입할 것이란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주는 위든 아래든 이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급한 후퇴보다 코스피지수가 2000 이상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서는 상승세 지속을 염두에 두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기대의 정점이 아닌 우려 완화가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런던 G20 정상회의로 기억을 되돌려 보자. 당시 중국으로 대표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가 기존의 브레턴우즈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미국과 유럽이 실익을 챙기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2009년 런던 G20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던 유럽은 이제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칸 G20 정상회의는 이러한 유럽의 시각 전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도 이를 알고 있다. 중국은 대외 무역마찰을 줄이고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바로 위안화 환율에 대한 개입 제한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이다.

 이번 칸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IMF 내 위상 강화와 위안화 불개입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으로선 최대 수출시장인 유로존의 경기 불안을 최소화하고, 미 국채에 편중된 자산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양수겸장(兩手兼將·하나의 표적을 두 방향에서 공격하는 것)의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유럽 입장에서도 유로존 금융기관의 자본확충과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한 부채탕감(헤어컷) 50% 비율 합의로 이제 그 재원 마련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역내의 힘에만 의존할 때 국가 신용등급의 추가 강등 위험을 피하기 힘들다. 더 큰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위기 이후 각국의 선택은 충돌보다 타협이었다. 또 기존 금융질서의 완전한 해체보다 수선과 보완을 통한 개선이었다. 칸 G20 정상회의는 이러한 변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더욱이 11월 전반부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그리고 미국에서 추가적인 양적완화(QE) 조치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되는 구간이다. 올라선 주가만큼 부담이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달리는 기차에서 서둘러 내려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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