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62% “박근혜 대세론 건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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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호 01면

한나라당 의원 10명 가운데 대략 6명 이상은 “박근혜 대세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27~28일 이틀에 걸쳐 한나라당 의원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다. 중앙SUNDAY는 한나라당 의원 168명 을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가운데 해외출장 등의 이유로 연락이 되지 않은 사람을 뺀 122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이 가운데 62.3%인 76명이 “박근혜 대세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거나 “오히려 강화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이 유효하다고 응답한 의원들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안철수 바람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당선 후보”라고 주장했다.

10·26 재·보선 그 후 의원 122명에게 물었더니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가 압도적으로 독주하던 과거와 달리 대세론에 대한 불안감을 보인 의원도 많았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계기로 대세론이 깨졌다”거나 “최소한 대세론이 곧 깨질 것”이란 응답자는 30명(24.6%)이었다. 16명(13.1%)은 “모르겠다”거나 “답할 수 없다” 혹은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서도 지역·세대별로 대세론의 강도는 달랐다. 영남·친박근혜 의원들 사이에선 대세론과 대안 부재론이 뚜렷했다. 그러나 수도권 초·재선 의원이나 소장파 의원들에게선 대세론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많았고, “아직은 대세론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깨질 것”이란 불안감이 많았다. 친이명박계 의원들은 유보적 태도가 대세였다.

대세론이 “깨졌다”거나 “깨질 것”이라고 응답한 30명의 의원 가운데 73.3%가 초·재선 의원(초선 14명, 재선 8명)이었다. 지역별론 수도권 17명, 부산·경남 8명, 비례대표 3명 순이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경북(TK) 의원은 불과 1명이었다.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다고 응답한 의원들은 ▶대안 부재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건재를 이유로 들었다. 의원들은 “대안이 없을 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새로운 후보를 만들 시간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표의 위력이 약화된 게 아니라 10·26 재·보선 과정에서 위력이 오히려 재확인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를 비롯해 전국의 기초단체장 8곳에서 한나라당이 이긴 게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 때문이란 주장이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는 MB 심판론과 사저 문제, 나경원 후보의 피부과 진료가 터져 패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과는 무관하다”며 “어차피 지게 돼 있던 선거를 그나마 끌어올린 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이 다수지만 불안감을 보이는 의원들은 더욱 많았다.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앞으론 어떨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이 선거 결과를 두고 뼈저리게 반성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응답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을 의심하는 의원들은 극히 적었다. 그러나 야권 결집으로 지난 2년간 이어진 ‘박근혜 독주’는 무너지고 경쟁구도가 형성될 테고, 그러면 대선 판세는 지금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 외에 답이 없다는 것엔 많은 의원이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과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불안감은 급속하게 확산됐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대세론이 깨졌다”고 응답한 의원들 중에선 “박 전 대표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거나 “앞으로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선거가 보여 줬다”는 이유를 댔다. 수도권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원래부터 대세론이란 없었다. 야권 후보가 지리멸렬하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 뿐인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그런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결집하면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며 “당과 더 나아가 정치권 전체가 불신받는데 어떻게 기성 정치인인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끝났다고 얘기하려면 뭔가 다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나라당으로선 박근혜 외엔 대안이 없다”며 “결국 박근혜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나 젊은 세대가 뭔가 새로운 대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하지만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세론이 너무 강해 대안을 못 만들어 내고 있고, 또 대안이 없다 보니 대세론이 더욱 굳건해지는 현상이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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