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스피 두 달 만에 장중 1900 … 전문가 20인의 증시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25일 코스피가 두 달 만에 장중 1900선을 돌파했다. 장은 전날보다 소폭(9포인트) 떨어진 1888선에 마감됐다. 하지만 지난 한 달을 두고 보면 무려 235.94포인트(14%)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이 이제 어두컴컴한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추운 겨울에 들어가기 전 잠시 따뜻한 ‘인디언 서머’일 뿐일까.

 중앙일보는 25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 10명과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 10명에게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설문 결과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자산운용사간에 시각 차를 드러냈다. 20명의 설문 대상자는 모두 현재 국내 증시가 상승세라는 데는 입장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 상승세가 본격 상승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론과 낙관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리서치센터장 10명 가운데 6명은 국내 증시가 일시적 상승 또는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일시적 반등)로 진단했다. 하지만 4명은 ‘본격 상승국면에 들어갔다’고 봤다. 자산운용사 대표의 의견은 신중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0명 중 9명이 ‘일시적 상승’이라고 응답했다. 투자자에게 시장 전망을 조언하는 리서치센터와 달리 고객이 맡긴 돈을 직접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석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유럽안정기금 확충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진정되고 미국 경기가 최소한 더블딥(짧은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으로 가지 않는다는 지표가 나와 주가가 오르고 있다”면서도 “본격적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다 프랑스 등 다른 국가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으로 주가가 출렁일 여지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조금씩 해결 과정을 거치고 있고 세계 경제도 더블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1분기까지는 상승 추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코스피 최고점이 어느 정도 될 것이냐는 질문에 리서치센터장 10명 중 9명이 2000 이상을 예상했다. 1900을 예상한 리서치센터장은 박희운 KTB 리서치센터장이 유일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대표는 6명만이 코스피 최고점을 2000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유럽 재정위기가 해소 과정에 있지만 주요국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라 급격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가 간 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단기적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이미 반등을 시작했다는 소수 의견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절반가량은 내년 2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에서 회복이 최고 빠를 국가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아시아 지역 국가는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는 데다 국가 재정건전성과 부채가 비교적 안정돼 있고(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내 무역비중이 커 자생적인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박종규 유리자산운용 대표)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3분기에 가장 유망한 투자처가 채권이었다면 4분기에는 주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 불안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최홍 ING자산운용 대표는 “채권은 당분간 연 3~4%의 수익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부동산은 인구 감소 추세와 수요자의 자금 여력 한계로 마땅한 투자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증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업종(중복 응답)은 무엇일까. 이들은 매력적인 업종으로 정보기술(IT·14명)과 자동차(13명)를 많이 꼽았고 내수·소비재(7명), 건설(5명), 화학정유(5명), 금융(4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금융·건설 등이 매력적이지만 조금 더 길게 본다면 재고 수준이 낮고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IT 부문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김창규·허진 기자

◆안도 랠리(Relief Rally)=주식시장이 어떤 특정한 악재 때문에 불안하게 움직이다가 그 우려가 해소될 경우 안도감으로 상승세가 이어지는 현상. 랠리는 증시가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며 하락한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걸 뜻한다.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급락하는 현상. 인디언 서머는 본래 북아메리카에서 한가을과 늦가을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이 일시적으로 계속되는 기간을 뜻한다. 비슷한 표현으로 주가가 급락한 뒤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