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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서관 ⑦ 아산시립어린이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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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권곡동에 위치한 아산시립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4만여 권의 어린이 도서를 보유하고 있고 다락방, 토굴방, 영아방, 수유실이 있다. 유아를 위한 동화구연 교실도 열린다. 20일 기자가 도서관을 찾았다.

글=조한대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아산시립어린이도서관 도란도란방에서 열리는 ‘동화구연 교실’에 참가한 아이들이 이은미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강사는 사과와 애벌레를 주제로 동화구연을 했다. [조영회 기자]

자유로운 독서 분위기

아산시립어린이도서관은 놀이터다. 높다란 책상 대신 앉은뱅이 책상이 놓여있다. 딱딱한 의자 대신 푹신한 소파가 자리를 차지했다. 엄마들이 아이를 도서관에 데려와 조용히 하라고 다독일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누워서든 앉아서든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도 모두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 영·유아, 초등학생 대상의 책들로 나눴다.

모든 시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다. 도서관 내 문에는 문지방이 없다. 어린이들이 자주 오르내리는 나무 계단도 모양이 다르다. 모서리 부분을 날카롭게 만들지 않고 둥글게 만들어 부상의 위험을 줄였다. 도서관 곳곳이 엄마와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바깥 풍경을 보며 책을 읽고 싶다면 한 켠에 마련된 넓은 창문 앞 테이블로 가면 된다.

아산시 모종동에 사는 박은미(40)씨는 둘째 정예영(8)양과 도서관을 찾았다. 자녀에게 책도 보여주고 공부도 가르치기 위해서다. 의자에 앉은 박씨는 자녀에게 수학공부를 가르치기 바빴다. 박씨는 “우리 아이가 조금 산만한 편이다. 보통 도서관에 가면 조용히 하라고 말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곳 분위기는 자유로운 편이라 부담 없이 책도 읽히고 공부도 가르칠 수 있다. 아이도 편안해 한다”고 전했다. 박씨의 말대로 정양은 차분히 앉아 설명을 듣고 있었다. 정양은 이 도서관이 어떠냐는 물음에 “여기는 그냥 좋아요”라며 수줍게 웃음 지었다.

상상력·어휘실력 키우는 동화구연

이날 오후 4시. 어린이도서관 내 ‘도란도란방’에서 사과와 애벌레를 주제로 한 동화구연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이은미(35) 동화구연강사의 실감나는 연기에 집중했다.

“한 과수원에 사과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과 아주머니 몸이 아야, 아야 아팠대요. 왜 그랬을까요?” 이 강사가 눈을 연신 깜빡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들에게 물었다. “가시 때문에 그래요!”, “벌레 때문에 그래요!” 아이들이 소리쳤다. 이 강사가 검은색 부직포 판에 ‘애벌레’ 종이판을 붙였다. “와, 애벌레다!” 아이들이 소리치며 즐거워했다.

이 ‘동화구연 교실(도서관 동화나라)’은 어린이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해 1시간 가량 열린다. 잠시 어머니와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아이라면 모두 참여 가능 하다. 15명이 정원이고 당일 전화 예약만 받는다. 예약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호응이 좋다.

이 강사는 “동화구연은 단순히 책을 재밌게 읽어주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표현말(의성어·의태어)을 많이 사용해 어휘 능력을 키우고 음율을 배우도록 한다. 강좌 중간에는, 아이들이 동화에 나온 인물 종이판을 가지고 직접 동화를 만들게 해 창의력을 키운다”며 동화구연의 장점을 얘기했다.

어린이 도서관은 이 교실 외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구연 2급 자격증반’을 열고 있다. 대상은 성인 20명(3급 수료자에 한함)이다. 매주 수요일 10시에 시작한다.

아산시립어린이도서관이 3층에 위치한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 전경 모습. [조영회 기자]

‘다락방’에서 책 읽으니 더 즐거워요

도서관 내에는 이층 구조의 다락방이 있다. 25여㎡의 작은 규모지만 아이들은 이 곳에 들어가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양정희(37)씨가 두 자녀와 앉은뱅이 책상을 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양씨는 “자녀들의 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가려 했지만 둘째가 어린이도서관에 가고 싶다고 얘기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도 책이 있지만 다양하지 않다.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두게 하려고 도서관을 찾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도서관 이야기를 꺼낸다”며 웃음 지었다.

다락방 아래에는 ‘토굴방’이 있다. 어른이 들어가려면 허리를 숙여야 하지만 아이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토굴방 옆에는 1~3세 아이들이 어머니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영아방’이 있다. 수유실도 있어 영아(1~3세)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어머니들의 불편을 덜었다.

영아방에는 영아를 위한 그림책 2593권이 차 있다. 두 살인 자녀와 도서관을 찾은 이지은(34)씨는 “영아와 유아의 공간이 분리돼 있어 안심하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시설도 만족스럽지만 영아방이니 벽에 그림이 그려지고, 아이를 안고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넓은 소파가 놓여지면 더 좋을 듯 싶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을 위한 북 카페

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뿐 아니라 청소년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어린이 도서관 맞은 편에는 ‘청소년 특화 자료실’이 있어 아산지역 중·고등학생들이 자주 이용한다.

교과서에 일부 내용만 실린 책을 구입해 ‘교과연계코너’를 만들었다. 청소년이 읽기 좋은 책을 선별해 ‘일반도서코너’를 분류해 놓기도 했다. 도서관 측은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작품 모음집을 구입해 ‘청소년 문학상 코너’를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자료실은 일반 도서관처럼 길고 넓은 테이블에 의자를 일렬로 놓지 않았다. 마치 카페처럼 편안한 소파와 작은 테이블을 놓았다. 넓은 창문 앞에는 긴 테이블이 있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7대의 PC가 설치돼 있어 도서 검색과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청소년 특화 자료실 옆에는 ‘어울림터’가 있다. 독서 관련 모임의 회의장이나 중·고등학생들의 공부방으로 쓰인다.

장혜주(31) 아산시립어린이도서관 주무관은 “어린이 도서관 및 청소년 자료실 이용객수가 평일 기준 200여 명 정도다. 주말에는 2배로 늘어난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많은 이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도서관 버스 내에서 동화를 듣고 있는 아이들. [사진=아산시립송곡도서관 제공]

아산 이동도서관 버스 운영

대출은 5권까지, 기한은 2주 … 우리 집 앞으로 찾아오는 도서관

아산시립도서관은 아산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이동도서관 버스 2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도서관 서고에서 보관 중인 4만229권 중 버스 1대에 3000여 권을 싣고 운행 중이다. 대출로 인해 줄어든 도서량 만큼 운행 시작 전 다시 채워 넣는다. 이동도서관의 도서 비율은 아동도서가 70%, 일반도서가 30%이다.

주 이용 대상은 유아·초등학생과 주부다. 버스 1대당 하루 평균 대출은 259건, 이용객수는 147.5명이다. 대출은 한 명당 5권이며 대출기한은 2주다. 버스를 놓쳐 도서를 반납할 수 없는 경우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있는 도서 반납함을 이용하면 된다. 이동도서관 운행 지역은 아산시 용화동, 풍기동, 장존동, 배방읍, 신창면, 탕정면, 음봉면 등에 위치한 아파트 38곳이다. 운행은 화, 수, 목, 금요일에만 한다. 한 지역에 정차하는 시간은 이용객수에 따라 20분~1시간30분이다.

이동도서관 관리를 맡은 홍선화(27) 아산시립송곡도서관 사서는 “아산시립도서관 4곳에서 거리가 먼 소외 지역을 고려해 아파트 위주로 운행 코스를 편성했다”고 밝혔다. 홍 사서는 “이동도서관은 거리, 시간상의 문제로 도서관을 찾을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이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해 주길 바란다”며 “주민들의 의견과 이용 소외지역을 조사해 다음해 상반기 코스를 변경·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운행 일정은 아산시립도서관 홈페이지(www.ascl.or.kr)를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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