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세력 는 건 처벌 어렵게 만든 국보법 개정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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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요즘 종북(從北) 세력이 많아진 건 1991년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때 법에 주관적 요건이 추가되면서 예견됐던 현상이다.”

 국가보안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황교안(54·사법연수원 13기·전 부산고검장·사진) 변호사는 23일 최근 국보법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같이 진단했다. 실제로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한 내 지하당 구축을 시도한 이른바 ‘왕재산’ 사건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찰과 경찰 등 공안 당국은 120여 개에 달하는 종북 사이트에 대해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황 변호사는 “오래전부터 활약해 온 종북 사이트에 대한 수사가 이제 시작되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쳐도 처벌이 어려웠던 건 91년 개정된 국보법 조항과 이에 뒤따른 사법·수사기관의 과도한 제한 해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국보법 5~8조에 미국 수정헌법의 정신(‘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과 유사한 조항을 추가했는데 이를 법원이 지나치게 엄히 적용하면서 처벌 대상이 현격히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이적행위를 처벌하는 7조(찬양·고무 등) 1항은 노태우 정부 때인 91년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해야만 처벌토록 바뀌었다. 그 이전에 없던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요건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이에 따라 이전에는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기만 해도 처벌이 됐던 범죄들이 법 개정 이후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명백한 ‘행위’가 있어야만 처벌하는 쪽으로 법원의 판결 경향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황 변호사는 과거 정부에서 공안수사의 역량이 크게 약화됐다는 걸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10년 동안 보안경찰이 60%, 국가정보원 안보수사인력이 40%이상 감축됐으며 기무사 방첩요원과 검찰공안부서 인력은 각각 3분의 1씩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공수사역량과 사기가 떨어져 97년 830명이던 국보법 위반사건 입건 인원이 2007년 64명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대표적 공안검사였던 그는 과거 10여 년간의 편향된 국보법 적용 경향을 논박하는 저서 『국가보안법』(박영사)을 출간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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