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은 늘고 미분양 줄고 … 부동산 시장 바닥 다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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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토해양부는 23일 평소와 다른 형태의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달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이 증가했고, 미분양 아파트가 줄었으며, 전셋값 상승세도 둔화됐다는 내용이다. 보통 며칠간의 시간차를 두고 각기 따로 배포하던 내용을 하나로 묶어 보도자료로 만든 것은 이례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으며, 부동산 시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조심스레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집값 상승을 예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집값 바닥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주요 지역의 전셋값도 떨어지면서 전세난도 진정 기미다. 하지만 시장에선 아직까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건설 인허가(사업승인·건축허가) 물량은 총 4만4251가구로 지난달(4만856가구)에 비해 8.3%, 지난해 같은 달(2만1285가구)에 비해 107.9%가 각각 늘었다. 이는 향후 주택시장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사업에 착수하는 곳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아파트 분양물량도 늘었다. 지난달 공동주택 분양승인 물량은 총 2만4346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67.8%, 과거 3년 평균 대비 21.3%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이 총 1만1484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70.7%나 급증했다. 올해부터 통계를 내기 시작한 착공물량도 전국 3만1963가구로 전월 대비 16.7% 늘었다.

 반면 지난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039가구로 4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미분양 시장의 골칫거리였던 ‘85㎡ 초과 중대형’과 ‘준공 후 미분양’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상당 기간 조정 국면을 거치며 급매물이 거의 소진돼 추가 하락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 ‘4분기 바닥론’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부동산 가격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내년이 선거정국임을 감안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같은 정부의 ‘깜짝 카드’가 나올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지만 가계대출 문제가 워낙 심각해 정책 당국으로선 꺼내들기가 쉽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지표로 볼 때 뚜렷한 회복신호가 나오지 않았다”며 “아직까진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도 “아직까진 관련 지표의 방향성이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여름방학과 가을 이사철을 거치면서 급등했던 전셋값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지난 7월부터 석 달 가까이 매주 0.5% 이상 오르다가 10월 둘째 주 0.03%, 지난주에는 0.02%로 진정되는 모습이다. 특히 그간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권은 낙폭이 크다.

 여름방학 무렵 7억원까지 올랐던 대치동 선경아파트 102㎡의 전세가격은 6억3000만원까지 떨어졌고,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도 86㎡가 6억원에서 최저 5억3000만원까지 내려갔다. 국토부는 ‘8·18 전·월세 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그간 최근 5년 평균치를 웃돌던 전세가격 변동률은 10월 들어 평균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전셋값 안정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많다. 따라서 겨울방학 이사수요가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는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인 소형주택 부족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구조적인 불안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해용·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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