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미 FTA, 우리 하기 나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1호 31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미국 상·하원을 통과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서명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발표함으로써 한·미 FTA 발효를 위한 미국 측 준비가 완료되었다. 여야 간 정쟁으로 그동안 처리를 미뤄온 우리 국회도 더 이상 무턱대고 비준을 미룰 수 없는 입장에 놓였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한·미 FTA가 발효되고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 상대국들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은 특정 국가 간에 배타적 무역특혜를 상호 부여하는 협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대우(MFN)를 확대해야 한다’는 다자주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는 보다 강력한 무역자유화 방안이다. 실제로 WTO 출범 이후 FTA는 급격히 늘어 현재 총 297건의 FTA가 발효 중이며, 세계 총무역량의 50% 이상이 FTA를 체결한 국가들 간의 무역으로 채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늦게 FTA에 뛰어들어 2004년 칠레와 최초로 FTA를 체결했고 현재까지 싱가포르·페루·아세안 등과 총 7건의 FTA가 발효됐다.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앞서 7월에 발효된 한·EU FTA와 더불어 세계 최대의 경제권인 미국·EU와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어 무역 증대와 국부 증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리라 생각된다.

물론 한·미 FTA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농업이나 서비스 부문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부문에 대한 보호장치가 사라져 해당 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자급자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내수시장이 제한적인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으로 활발히 뻗어나가 수출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지 않고서는 지속적 성장과 생존이 어려운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 물건만 자유롭게 내다 팔고 다른 국가의 경쟁력 있는 상품은 보호무역으로 막자는 생각은 구한말 ‘쇄국정책으로 빗장을 걸어 놓으면 제국주의와 서세동점의 흐름을 비켜갈 수 있다’는 순진한 발상과 다름이 없다.

FTA에 기반하여 큰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임은 자명하다. 세계 무대의 벽이 높다고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했다면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 길러졌을 리 만무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넘어지고 깨지는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농업이든 서비스 산업이든 전자·자동차와 같은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EU FTA 발효 후 3개월 동안 FTA 수혜 품목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106억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 흑자는 30% 증가해 무려 20억 달러에 달했다. 싱가포르·아세안 등 역내 국가와의 FTA도 발효 이후 수년 동안 수출과 무역 흑자가 대폭 향상되었다.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얘기다. 이미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은 전자·자동차·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산업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자신감 부족으로 소극적으로 자유무역을 늦춘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1000달러 소득, 100억 달러 수출’을 국가적 구호로 내걸고 총화단결했던 70년대에서 이제는 무역 1조 달러를 눈앞에 둔 세계 무역대국으로 우뚝 섰다. 한·미 FTA는 우리의 위상에 맞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으로 한층 더 성숙하고 강해진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기회가 될 것이다.



송기홍 1992년 프록터앤드갬블(P&G) 브랜드매니저, 96년 맥킨지 시카고오피스 컨설턴트로 일했다. 2007년 모니터그룹 아태 대표를 지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