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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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유값이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Milk Inflation)’ 조짐이 일고 있다. 우유값 인상을 앞두고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들의 가격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수록 소비가 늘고 있는 아이스크림·커피·빵 제품이 대표적이다. ‘투게더’ 같은 아이스크림의 경우 우유 함유량이 60% 가까이 된다. 카페라테·카푸치노·마키아토 등 라테 계열의 커피들은 우유 함유량이 70%를 넘는다. 제과업체들이 판매하는 캔 커피나 컵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서울우유가 밝힌 출고가 인상폭은 9.5%다. 농협은 7%를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되도록 빨리 우유값 인상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인상폭은 서울우유와 동일하게 책정할 계획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조만간 대형마트 측에 인상안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서울우유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도 “2008년 이후 4년 가까이 우유값은 오르지 않았다”며 “원유가 인상분 외에도 지난 4년간의 인건비·재료비 상승을 고려할 때 인상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와 제과점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이달 말 제품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우유값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정밀하게 검토 분석하고 있다”며 “제품 가격을 인상할지를 이달 말에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투게더’ ‘엑설런트’ 등을 판매하는 빙그레도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원가 압박이 커져 제품 가격을 올리긴 올려야 한다”며 “인상 시기와 범위를 심중하게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익명을 원한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섣불리 인상을 결정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폭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주식시장에서는 유가공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조만간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유는 옥수수·밀가루·설탕과 함께 다른 제품들의 원재료가 되는 소재 식품”이라며 “우유값이 오른 만큼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올해 안에 상승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유의 이런 특성 때문에 정부는 우유값 인상에 민감한 태도를 취해 왔다. 우유값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수도·LPG·택시비 인상의 수준이다.

1998년 이후 우유값이 인상된 것은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뿐이다. 그때마다 관련 제품의 가격도 차례로 올랐다. 빙그레의 경우 2008년 우유 가격이 18% 오르자 다음 해 3월 아이스크림 성수기를 앞두고 6000원이던 투게더(900ml)의 가격을 7000원으로 15%가량 인상했다.

 한편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서울우유가 24일부터 우유 출고가를 9.5% 올리더라도 1L 흰 우유는 9.5% 인상분을 반영한 2350원이 아닌 7%가량 반영한 2300원에 팔겠다고 밝혔다. 납품가 조정 문제는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박혜민·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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