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수수료 분노’ 시중은행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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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금지급기(ATM)로 2만원을 찾을 때나 50만원을 찾을 때나 수수료가 똑같은 1000원인데, 2만원 찾는 사람 입장에선 화나지 않겠는가.”

 19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가 시중은행 간부들을 불러놓고 한 말이다. 그는 “공급자(은행)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감성적 차원에서도 소비자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주문했다. 소액을 찾는 서민을 위해 ATM 인출 수수료를 낮춰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금 인출이 아닌 송금 수수료에 대해선 정반대의 논리로 수수료 인하를 주문했다. “고객이 10만원을 송금하건 1억원을 송금하건 (돈을 보내주는) 은행의 비용은 같다. 송금수수료를 저렇게(송금액에 따라) 차등화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카드사를 향했던 분노의 수수료 인하 압력이 이번엔 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은행들은 부라부랴 회사별 수수료 인하 계획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은행들은 노령·소외층, 대학생 등 특수 계층에 수수료를 낮추는 것엔 공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소액송금, 소액 인출 수수료 인하가 적극 검토되고 있다. 국민은행 유기영 차장은 “특수 계층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낮춰줄지, 전체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계층이 한정될 경우 수수료 인하 폭이 좀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TM 수수료를 낮추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20일 ATM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내린 우리은행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감 시간 이후 다른 은행 고객이 자기 은행 ATM에서 돈을 찾을 때 기업·신한·하나은행은 건당 1200원을 받는다. 우리은행보다 400원 많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같은 날 ATM에서 여러 차례 현금을 인출할 때 2회 이상 인출분부터는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춰주는 방안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8개월째 70%대를 유지하는 양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태풍이 거의 없었고, 자동차 보험의 자기부담금 제도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것이 손해율을 끌어내렸다. 삼성화재(70.4%) 같은 대형사는 손해율이 70% 초반대에 불과하다. 인하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손해보험협회 곽수경 과장은 “11∼12월의 폭설 사고 등 몇몇 변수가 남아 있어 당장 올해 보험료를 내리기는 어렵다”며 “연말 기준 손해율을 봐서 내년 초에 업체들이 보험료 인하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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