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소리’ 크게 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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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이 휴대전화를 맡기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갤러리 에티켓 문화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최경주(41·SK텔레콤)가 환하게 웃었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을 주관하는 최경주는 20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첫날 대회를 마치고 “잘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단 한 번도 휴대전화나 카메라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갤러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발전이고 큰 의미가 있다”고 흡족해했다.

 최경주는 아시아 남자 선수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를 열었다. 그는 이 대회를 갤러리 문화를 바꾸고 나눔을 이루는 대회로 만들고 싶어한다. 골프계 일부에선 “소음도 경기의 일부”라는 반론도 나왔다. 그러나 최경주는 밀어붙였고 성공했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는 약 300명이었다. 이 중 120여 명이 휴대전화를 맡겼다. 휴대전화를 맡긴 사람들은 ‘아름다운 갤러리’라고 쓰인 노란색 배지와 생수를 받았다. 이 아름다운 갤러리 때문에 휴대전화를 맡기지 않은 사람도 전화기를 꺼낼 엄두를 못 냈다.

 휴대전화를 맡긴 김욱(69)씨는 “다른 관중의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경기 관람에 집중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다른 대회에도 이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갤러리 장동목(54)씨는 “급한 일이 생길지 몰라 맡기지 않았지만 꺼놓고 있다가 조용한 곳에서 가끔 켜서 확인했다. (휴대전화가)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자율적으로 맡기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첫날 5언더파 67타를 쳤다. 단독 선두 이민창(24·볼빅·6언더파)에 1타 뒤진 공동 2위다. 최경주는 “갤러리의 고마움에 답하기 위해 나도 최선을 다했고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J골프에서 2라운드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3·4라운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생중계한다.

여주=성호준·정종훈·강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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