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 여자들도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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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은 프라임타임대가 평소보다 연장된다. 밤11시부터 약 1시간동안 성인시청자를 겨냥한 유쾌한 시트콤 한 편이 있기 때문이다.

윤다훈·정웅인·박상면의 세 친구들은 월요병에 걸려 힘든 하루를 보낸 성인시청자를 달콤하고 유쾌한 잠자리로 안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세 친구〉에 등장하는 소재는 성인취향 일색이다. 심각한 정통 드라마에서 다루다간 당장 방송위로부터 제재조치를 당할 정도로 파격적인 소재들이 불쑥 불쑥 찾아든다. 한국 방송사에 유례가 없었고 금기사항에 가까운 소재들이 〈세 친구〉에 녹아들어 있다.

시트콤이란 장르의 위력은 파격적 소재조차 너그러운 용서로 이끌어내는 절묘함 그 자체다. 원조교제·동성애·혼전순결 등 방송용 소재로 채택하기엔 껄끄러운 소재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모습은 그 어떤 마술보다 극적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TV 프로그램이 10대 시청자 위주로 편성된 탓에 제대로 된 성인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독자적 영역 구축이 어려웠던 성인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은 우선 반갑다.

하지만 성인시청자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남녀 시청자 모두로부터 공감을 받는가에 대해선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 친구〉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과는 달리 모든 여성 캐릭터들은 주변을 겉도는 조연에 불과하다. 정웅인 동생으로 등장하는 이의정은 더 이상 〈남자 셋 여자 셋〉의 그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별 것 아니다.

안문숙과 안연홍의 존재는 정웅인이란 남성만을 위해 배치된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단지 한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두 여성간의 대결구도는 전근대적이면서 진부한 설정이 아닌가.

의상실 사장으로 비쳐지는 반효정의 역할 역시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언제나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그 외 얼굴조차 기억하기 힘든 수 많은 여성 단역들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남성 캐릭터들을 빛내주기 위해 준비된 소품들일뿐이다. 젊고 예쁜 미인들이 번갈아 가며 등장해 일회용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는 〈세 친구〉의 남성 중심적 시선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한국 시트콤의 한 획을 그었던 작품으로 여겨지는 〈남자 셋 여자 셋〉에서는 전체적으로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들의 균형적인 역할배분이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녀간의 형평성 원칙은 〈세 친구〉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성인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는 하나 그 중심엔 남성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자정을 지나는 시간, 잠자리에 빠져드는 남성들에게 야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남성들만의 영역. 입안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본격 성인 시트콤 〈세 친구〉. 애들은 가라! 여자들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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