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안 꿰뚫어 보는 ‘투시 레이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MIT 링컨 랩에서 개발한 투시 레이더. 벽 뒤에 있는 사람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잡아낼 수 있다. [MIT 홈페이지]

콘크리트 벽 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꿰뚫어볼 수 있는 레이더가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최근 레이더를 시험한 결과 콘크리트 벽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MSNBC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벽 투시 레이더는 이동식 카트 위에 수신과 발신장치를 나란히 배열하고 컴퓨터 장비를 연결한 비교적 단순한 형태다. 서랍장 모양으로 생긴 레이더의 위쪽 칸에는 수신장치가, 아래쪽 칸에는 발신장치가 들어간다.

 레이더 화면에는 벽 뒤 사람의 형상이 그대로 보이지는 않고, 둥근 방울 모양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해 몇 명이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사람의 형상을 보다 명확한 이미지로 자동변환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18m 떨어져 있는 벽까지 투과할 수 있으며, 초당 10.8프레임의 속도로 벽 뒤의 상황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레이더의 작동원리는 기본적으로 일반 레이더와 같다. 전파 발신기가 목표물을 겨냥해 특정 주파를 쏘면 벽을 뚫고 들어가 목표물에 반사된 전파가 다시 수신기에 잡히는 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벽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전파가 반사돼 최종적으로 수신기에 돌아오는 신호는 원래의 0.0025%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MIT 측은 “무선인터넷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주파수대의 단파를 이용하고, 수신된 전파의 양이 적은 것은 증폭기를 사용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군대는 이 레이더를 군용 차량의 지붕 위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좀 더 개선을 하면 경찰 및 응급구조팀 대원들도 이 장비를 활용해 실종자 수색 등을 할 수 있다. 레이더 개발의 책임자인 MIT 링컨 랩의 그레고리 샤바트 레이더 프로젝트팀장은 “그동안의 장비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20분 가까이 기다리는 실정이었다”며 “이 레이더는 특히 시가전을 벌이는 병사들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