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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솥단지 “우리가 카드사 봉이냐 … 수수료 내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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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가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신용카드 수수료를 2.7%에서 1.5%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300만 외식 종사자를 등한시한 정부는 각성하라!” "우리가 카드사 봉이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잠실 종합운동장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한국음식업중앙회(회장 남상만) 주최로 ‘범외식인 10만 결의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 시작된 이 집회엔 전국 외식업 업주 42만 명 중 5만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7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각지에서 업주들을 태우고 올라온 버스 1750대와 승용차들이 운동장 인근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8일 잠실 종합경기장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솥단지에 카드를 버리고 있다. [김형수 기자]

 제주시 한림읍에서 한식당 ‘삼일식당’을 운영하는 김언종(60)씨는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어제 오후 3시50분 비행기로 아내와 함께 서울에 올라와 방이동에서 잤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이날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의제(농수산물 등) 매입세액 공제율 법제화,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정책 개선 등을 요구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 때문에 못 살겠다. 현행 2.7%에서 1.5%로 내려주지 않을 경우 현금 계산 시 음식 가격 할인, 카드 거래 거절 운동 전개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율 인하를 정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체적으로 카드사를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점심 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서울 종로와 광화문·강남 등지의 식당가에서 문을 닫은 가게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업주들이 집회에 참가하더라도 종업원이나 가족에게 장사를 맡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주유소 업계는 과천 집합 “우리 수수료도 내려라”

◆주유소 업계, 과천 시위=주유소 업계도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나섰다. 한국주유소협회는 20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의 마진이 기름값의 5%밖에 안 돼 1.5%의 수수료율도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카드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고위 임원은 “가맹점 수수료율은 업계별로 자금조달이나 부실위험 정도를 고려해 적정 수준을 정하는 것인데 ‘우는 아이 젖 주듯’ 여론에 밀려 진행되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카드업계는 지난 18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7개 주요 카드사가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평균 2.7%에서 대형할인점 수준인 1.8%로 낮추고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인 중소가맹점 범위를 2억원까지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논란을 촉발시킨 한국음식업중앙회는 매출 규모와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전체 음식업종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1.5%까지 낮춰 달라고 맞서고 있다.

글=송지혜·김혜미·이가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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