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가대교 열리자 뱃길 끊긴 연안터미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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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8일 오전 부산시 중구 중앙동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2층 대합실. 2560㎡ 규모의 공간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개찰구와 매표소에도 불이 꺼져 있고, 대합실과 3층 사무동을 연결하는 2대의 에스컬레이터도 작동을 멈췄다. 식당은 지난 1월 문을 닫았고, 아직 영업 중인 편의점과 커피숍도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정종석(47) 편의점·커피숍 사장은 “배가 들어오는 날 오후에만 영업을 하는데 관리비 내고 나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없다. 조만간 폐업이 불가피할 것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항만으로 손꼽혔던 연안여객터미널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12월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를 오가던 선박 6척이 지난 7월 1일 전면 폐업하면서 3개 항로(고현·옥포·장승포)가 끊겼기 때문이다. 제주를 오가던 설봉호도 지난 9월 화재로 올해 말까지 운항이 중단됐다. 현재 터미널에는 화물운송을 주로 해온 코지 아일랜드 한 척만이 운행 중이다. 일주일 중 아일랜드가 제주를 오가는 화·목·토 3일, 그것도 저녁 7시 한 차례만 승객들이 터미널을 찾는다. 터미널에서 해운대와 태종대를 운행하는 비정기선이 있지만 하루승객 수와 운행횟수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터미널은 지난 2008년 연간 101만 2000명이었던 승객이 2009년 91만 1000명, 2010년 72만 5000명으로 줄어든 뒤, 거가대교가 개통한 올해 8월 말까지 11만 8155명으로 급감했다.

 반면 여객 화물은 2008년 연간 17만 7000t에서 2009년 18만 6000t, 2010년 36만 2000t으로 매년 늘어났다. 올해는 8월 말까지 24만 2560t을 운송해 평년치를 유지하고 있다. 승객에 비해 화물은 제주가 중심이어서 거가대교 개통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 9월 설봉호 화재 이후 현재 1개 노선만 화물이 운송돼 연말이 되면 화물 운송량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 위탁운영사인 부산항부두관리주식회사 곽영택 팀장은 “최근에는 일주일에 400여명 정도의 승객만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다. 화물 운송 덕분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집계하면 설봉호 화재로 수치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항만공사는 2014년 8월 북항 재개발사업에 따라 현재 1부두에 있는 국제여객터미널을 3~4부두로 옮긴다. 인근의 연안여객터미널을 기존 국제여객터미널로 옮겨와 항만기능은 계속해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송경화 항만공사 차장은 “거가대교 개통으로 수요가 줄어 북항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연안여객터미널을 부산항 홍보관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거가대교=지난해 12월 개통된 거가대교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거제시 장목면의 8.2㎞구간을 다리와 해저터널로 연결하고 있다. 길이 새로 뚫리면서 부산-거제간 거리는 140㎞에서 60㎞로 단축됐고, 통행시간도 2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줄어 시간 및 유류비 등 물류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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